로펌(법무법인)에서 일하고 있는 K변호사는 요즘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재판과 의뢰인 상담으로 바쁜 일과 와중에도 자신이 지분을 투자한 금융컨설팅업체 C사 업무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K변호사는 지난달 만난 전직 금융회사 임원들과 의기 투합, 이들이 설립한 C사에 억대를 투자하고 등기이사로 등록했다. 투잡스(Two jobs) 변호사가 된 것.
법조계에서 쌓은 경험을 사업에 접목해보고 싶은 욕심에다 잘만 하면 수입도 짭짤할 것으로 판단, 과감히 투잡스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일주일에 2~3일은 C사 사무실에 들러 경영진과 업무를 상의하고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며 사업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K변호사처럼 본연의 업무 외에 다른 분야에도 눈길을 돌리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 매년 1,000명의 법조인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지난 2002년 이후 많은 변호사들이 타 분야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법률시장이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하면서 법률서비스 쪽 수입이 예전만 못한 게 주요인이다. 상당수 변호사들은 사무실 유지도 힘들 정도여서 비용절감 차원에서 한 지붕 세 가족이나 다섯 가족 등의 형태로 살림을 꾸리는 상황.
서울지방변호사회의 한 관계자는 “겸직허가 신청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겸직 분야도 기업체 사외이사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 특히 어느 세대보다 치열한 생존싸움에 내몰리고 있는 개업 5년차 미만 변호사들은 친구들이 창업한 벤처기업에 지분투자 형식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부쩍 많아지고 있다.
중견 로펌 소속인 H변호사는 “일부 변호사들은 고유 업무는 접고 아예 고시학원 전임 강사로 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변호사 영업하기 피곤한데다 수입도 과거만 못하다는 위기감 등이 겹친 결과”라고 전했다. 서울 유명 사법고시 학원의 몇몇 강사는 월 수입이 수천만원으로 웬만한 변호사 수입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들이 겸직을 하는 이유는 전문성 활용 목적과 함께 고객 폭을 확대할 수 있고 무엇보다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