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Hot 이슈] 본궤도 오르는 '두산웨이' (1) 터널 끝이 보인다

중공업 수주 회복·밥캣 호조·IPO 순항… '뉴 두산' 만들기 탄력

양대 주력 계열사 실적 회복 속 두산인프라 구조조정도 마무리

전자·모트롤·산업車 연료전지 등 자체사업 안정적 수익 창출 기대


지난해 5월 두산은 KFC를 운영하던 외식업 전문회사 SRS코리아를 사모펀드에 매각하며 식료품 사업에서 손을 뗐다. 1,000억원짜리 작은 거래였지만 올해로 119년에 이르는 국내 최고(最古)의 역사를 자랑하는 두산에는 과거 OB맥주로 대표되던 식음료·소비재 기업에서 중공업 중심의 산업재 기업으로 완벽한 변신을 선언하는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두산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자는 기치를 내걸고 지난 1995년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과 기존 주력사업 매각, 신성장 엔진발굴에 착수했다.


그 뒤 20여년간 OB맥주 등 주류사업과 종가집(김치), SRS코리아(식음료), 두산동아(출판) 등 핵심 사업을 파는 대신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과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밥캣을 차례로 인수하며 기업 체질을 탈바꿈했다.

이 같은 변화가 국내 재계의 성공모델로 평가받는 것도 잠시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경기침체와 2012년 이후 중국 건설경기 악화로 중공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대형 인수계약으로 인한 재무 부담까지 더해지며 두산이 휘청거렸다.

두산은 기술력 강화와 신시장 개척, 신사업 개발 등에 주력하며 먹거리를 찾는 한편 인력 구조조정으로 경영 효율화에 나서며 재도약을 다짐했다.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갈 탈출구는 올 들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두산중공업은 1월 카자흐스탄에서 화력발전소 계약을 체결하며 수주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고 두산인프라코어는 해외 자회사 밥캣의 선전으로 실적 반등이 예상된다. 터널의 끝이 찾아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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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의 첫 카자흐스탄 발전소 계약은 수주 가뭄의 단비로 평가된다.

오는 2018년 2월 완공 예정인 이번 발전소는 3,400억원 규모 310㎿급으로 석유화학 단지에 전기를 공급한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2020년까지 23GW 규모 발전소 건설을 계획 중인데 두산중공업은 이번 수주가 다른 나라들의 발전소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밖에 올해 동남아와 국내 신규 석탄발전소 등의 수주가 예상돼 두산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를 지난해(7조7,716억원)보다 약 20% 증가한 9조3,000억원으로 잡았다. 2012년(5조7,000억원)과 2013년(5조8,000억원)에 이은 수주 가뭄의 끝이 보이는 것이다. 하석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은 2016~2017년에도 올해 수준의 신규 수주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19일에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주식시장을 달궜다.

미국 자회사 밥캣의 유상증자로 8,000억원을 조달해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소식 때문이다. 이날 두산인프라코어에 매수세가 몰리며 주가는 5.49% 상승 마감했고 "밥캣 기업공개(IPO)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점에서 긍정적(현대증권)" "재무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재평가 기대(KDB대우증권)" 등 애널리스트 분석이 잇따랐다. 밥캣은 내년 상반기 IPO를 계획 중인데 2010년 3·4분기 흑자전환 이후 매년 실적이 개선되며 지난해 매출액 3조7,387억원, 영업이익 3,220억원을 기록했다. 호실적을 바탕으로 IPO까지 성공하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기준 8조6,691억원에 달하는 부채 부담을 크게 덜게 된다. 밥캣의 선전으로 중국 시장 부진을 상쇄한 두산인프라코어는 올 초 국내 사업장에서 약 200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도 효율화했다.

두산의 양대 주력 계열사인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의 실적 회복에 두산의 자체사업인 전자·모트롤·산업차량·연료전지 부문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돼 두산이 지난해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올해 초 직원들에게 "더디지만 세계 경제회복이 진행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새로운 시장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영 중점사항으로 △'팀 두산'을 통한 팀워크 발휘 △마켓셰어(시장점유율) 확대 △미래 신기술에 대한 관심 등을 제시했다. 재무 리스크와 주력 계열사의 부진에서 벗어난 만큼 이제는 앞을 보고 달려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뉴 두산' 만들기가 본격화하는 셈이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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