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흥행의 분수령이 된 초반 승부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인 게 경선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려 오히려 문 후보의 지지율 제고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여기에 이른바 비문(非文ㆍ비문재인) 주자 3인방(손학규ㆍ김두관ㆍ정세균) 등이 문 후보의 독주를 당의 대선 관리 부실 결과로 치부하고 있는 것도 부담거리다.
29일 문 후보는 별다른 외부 일정을 잡지 않고 대선 공약 구상 및 30일 충북 지역 합동연설회 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손ㆍ김ㆍ정 후보가 일제히 전북에 내려가 태풍 피해 농가 등을 들러 이 지역 표심 잡기에 나선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전북 지역은 앞선 제주ㆍ울산ㆍ강원ㆍ충북을 합친 숫자보다 선거인단이 많아 경선 초반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이에 대해 담쟁이캠프의 한 관계자는 "이벤트 식으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억지로 피해 현장을 찾아가는 게 오히려 복구하는 데 짐이 될 수도 있어 (이보다는) 향후 합동연설회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문 후보의 잠행 행보가 '1위 딜레마'에 기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경선 초반 예상을 뛰어넘는 압도적 우세가 오히려 선거 흥미를 떨어뜨리고 이 때문에 경선을 통한 이른바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의 지지율 제고 현상)'가 나타나지 않아 문 후보의 행보가 더욱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담쟁이캠프의 다른 관계자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단일화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의 대립 구도를 강화시켜가기 위해서는 경선을 통한 당 세력 규합이 필요한데 그 힘을 어떻게 모을지를 두고 고민이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문 후보의 1위 독주를 두고 비문 주자 등이 '공정 경선 관리를 해야 할 당이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편들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서는 것도 문 후보의 시름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이날 손학규 캠프 측은 "민주통합당은 네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어야 온당한데 안 아픈 손가락들이 있다는 게 큰 문제"라며 문 후보에 대한 당 편애 문제를 또다시 제기했다. 당 지도부 내에서도 비주류인 이종걸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계파가 장악돼 있고 한 후보에 모든 것이 집중돼 있다는 분위기"라고 비판하는 등 문 후보를 향한 견제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문 후보의 1위 딜레마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