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아사태의 정부 책임(사설)

오래전부터 농민들에게는 정부의 말을 믿지 않는 불신풍조가 쌓여왔다. 농정당국이 콩을 심어라 마늘을 많이 심어라 돼지를 많이 길러라 권장하나 되레 그와는 거꾸로 농사를 짓는다. 곧이 곧대로 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일쑤고 반대로 하면 성공을 하기 때문이다.요즘 정부 정책도 과거 농정과 크게 다르지 않아 불신의 골이 깊어져 가고있다. 역시 정부 정책을 그대로 따르다가 잘못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것이다. 특히 위기에 맞닥뜨렸을 경우 정부가 책임을 지고 적극 나서서 해결하기는 커녕 남의 일인양 물러나 앉아 불구경하고 있는 꼴이다. 최근 국내외로 충격파가 커지고 있는 기아사태에서 정부 정책의 실패와 실패뒤의 무책임을 보게된다. 위기의 기아를 살리려는 운동이 사내외로 확산되고 있다. 특별히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시민 사회단체까지 동참, 범국민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만 소극적이다. 시장경제원리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개별기업 문제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명분이다. 하나 정책실패의 호도이거나 무책임론의 다른표현으로 밖에 달리 들리지 않는다. 정부기능의 포기로 비치기도 한다. 기아사태는 기아 개별기업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이미 사태의 후유증을 실감하고 있다. 금융파장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 대외 신인도 추락, 수출타격, 그에 따른 외환사정도 악화되고 있다. 주가 환율 금리가 불안하다. 자동차 산업이 벼랑으로 몰리고 있다. 신용공황으로 번질 위험도 없지않다. 시민 사회단체가 나선것도 기아가 국민기업이라는 측면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급영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금융기관에 책임을 떠넘기고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부 역할과 책임에 대한 불신이 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기아는 정부의 말을 잘 들은 기업이다. 소유 분산이 잘 되어있고 전문경영인 체제도 자리를 잡았다. 전문화도 잘 이뤄졌다. 정책에 호응한 결과다. 하지만 막상 위기에 몰리자 정부는 발을 빼기에 바빴다. 금융기관은 또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미리 대처했어야 하고 또 대처했더라면 나라 안팎으로 확대되는 파장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정부의 기능이자 역할이다. 기아사태의 해법은 미국 크라이슬러 성공사례에서 모델을 찾을 수 있다. 미국은 우리보다 시장경제가 앞서가는 나라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시장경제의 원리를 몰라서 크라이슬러 살리기에 직접 나섰을리 없다. 물론 자구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정부와 은행, 기업이 합심하면 기아의 회생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 거기에 정부 정책실패를 만회하고 신뢰회복과 정부 역할에 대한 불신을 씻는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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