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구조개혁 논의가 사실상 결렬됐다. 이와 관련해 협의 내용 하나하나마다 장기간 논의가 필요한 쟁점 사안들인데도 이를 묶어 단 3개월 만에 대타협을 이뤄내려 한 정부의 아마추어리즘과 기득권을 전혀 내려놓지 않으려 한 노동계의 이기주의가 결합된 예정된 결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노총은 8일 서울 여의도 노총회관에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5대 수용불가 사항에 대해 정부와 사용자의 본질적인 변화가 없다"며 "노사정 대타협 협상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정부가 5대 수용불가 사항을 철회하고 노총의 핵심 요구인 근로기준법 적용 사업장 확대, 청년고용할당제 확대 등을 받아들인다면 노사정 대화에 복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것으로 정부와 경영계 역시 받아들이기 불가능한 사안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노동시장을 메가톤급으로 흔들 수 있는 이슈들을 3개월 안에 마무리 짓는 게 애초부터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골든타임'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무리한 시한을 설정한 데 대한 당연한 귀결이라는 얘기다. 익명의 한 노동전문가는 "과거 복수노조 도입 등 주요 이슈 하나만 갖고 논의하는 데 2년 가까이 걸렸다"면서 "정년연장이나 비정규직 같은 개별 이슈 하나만 갖고도 3개월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노동계 역시 양보는 하지 않고 자신들의 주장만 펼쳐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임금체계 개편, 근로시간 단축 등에서 사실상 받아들이기 힘든 5대 수용불가를 고집하는 한편 협상 막판에는 5인 미만 사업장으로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등 무리한 5대 요구조건을 내세워 노사정 협상을 교착 상태에 빠뜨렸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삐걱거리는 데 이어 노동시장 개혁 협상마저 불발되면서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4대(노동ㆍ공공ㆍ금융ㆍ교육) 구조개혁 일정 전체가 차질을 빚게 됐다. 더욱이 민주노총의 오는 24일 총파업 등 노동계의 잇따른 파업으로 산업계가 대혼란에 빠질 위험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