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美-北 '核검증' 강경대립 치달아

北 '벼랑끝 전술'에 美 "검증없인 테러지원국 해제 없다" 확고<br>정부 "6자합의 대북 설비·자재 제공은 계속" 신중 입장

북한 핵 프로그램 검증을 둘러싼 북한과 미국 간 기싸움이 강경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영변 핵시설 불능화 조치 중단 선언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6자회담의 기존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테러지원국 명단에 그대로 남아 있게 될 것이라며 즉각 경고했다. 미국이 본격적인 대통령 선거 국면과 조지 W 부시 대통령 임기 만료(내년 1월)를 앞두고 있지만 ‘선(先) 핵검증 합의, 후(後) 테러지원국 해제’의 기존 입장을 고수,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강공 드라이브에 대한 북한의 후속 대응이 주목된다. 북한은 이미 외무성 성명을 통해 “불능화한 기존 핵 시설의 원상복귀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美, “핵 검증 없이는 테러지원국 해제 없다”=토니 프래토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중단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전까지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27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 국무부도 북한의 핵 불능화 조치 중단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면서 이는 6자회담 합의를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버트 우드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의 이번 조치는 북한이 6자회담에서 약속한 사항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으로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핵 불능화 작업에 참여하기 위해 북한 영변에 파견된 미국 인력들이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다. 줄리 리자이드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 인력이 영변의 핵 시설에 남아 활동을 지속하게 될지 여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행동이 테러지원국 삭제를 조속히 실현시키기 위한 방책이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북한이 핵 시설을 재가동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전직 국무부 고위급 비핵화 전문가인 로버트 아인호른은 “북한은 핵 불능화를 조치를 뒤집겠다고 위협하면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북한이 핵 신고와 관련해 명확한 약속을 내놓지 않을 경우 부시 행정부의 남은 임기를 감안할 때 북핵 문제가 다시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韓 “대북 경제ㆍ에너지 지원 계속”=그러나 미국과 달리 우리 정부는 6자회담 합의에 따라 진행해온 대북 설비, 자재 제공을 계속하기로 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날 “추가로 상황이 악화하지 않는 한 우리는 6자회담 틀에서 북한에 제공하는 경제ㆍ에너지 지원을 계속 해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조치에 과잉 반응하지 않고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판을 깨겠다”는 구체적이고 분명한 신호를 보내지 않고 여전히 북미 간 절충의 가능성이 남은 상황에서 섣불리 북한을 자극, 코너로 몰아넣을 경우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만 더욱 꼬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6자회담 합의에 따라 한국ㆍ미국ㆍ중국ㆍ러시아 등 4개국은 북핵 비핵화 2단계인 신고ㆍ불능화의 대가로 북한에 ‘중유 95만톤 상당’의 지원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이 중 45만톤은 중유, 나머지 50만톤은 에너지 관련 설비ㆍ자재로 지원하기로 했다. 또 지난 7월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에서 각국은 북한의 불능화 작업과 대북 에너지 지원을 오는 10월 말까지 완료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우리 정부는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인도적 대북 지원을 일단 유보하되 추후 북한의 식량사정 추이와 여론 등을 감안해 지원 여부 및 시기ㆍ규모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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