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무소유의 기쁨

30년 넘게 가난한 정치인으로만 살아오면서 생활비 한번 제대로 가져다 준 적이 없던 필자가 국회의원이 되자 아내는 은근히 「월급」이란 것을 기대했을 터였다. 두번의 옥살이, 수십번에 걸친 중앙정보부와 경찰의 연행과 고문등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가시밭길을 걸어왔던 정치인의 아내로서 그같은 기대는 당연한 것이었고 또 남편의 마땅한 의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내게 불평 한번 하지 않고 든든한 힘이 되어주고 있는 아내를, 필자는 아내로서만이 아니라 동지로서도 존경하고 사랑한다.불교 경전은 수도자는 먼저 가난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가난하지 않고서는 보리심이나 어떤 진리에 대한 깨달음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치인이나 공직자들도 수도자와 마찬가지로 부(富)를 탐내서는 안될 것이다. 이들이 가난하지 않고서는 국민들이 풍요로 공인(公人)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사리사욕과 일신의 영달에만 집착한다면 그들이 이끌어 가는 국가가 어찌 태평할 수 있으며 부유해질 수 있겠는가! 굳이 조선조 황희 정승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정치인이나 공직자에게 있어 청렴은 가장 기본적인 생활태도이다. 몇 해전 타이의 방콕시장 잠롱의 청빈한 생활태도가 언론에 소개돼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공직에서 은퇴한 잠롱은 지금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도자가 갖춰야 할 으뜸 덕목은 도덕과 청렴성이라고 역설한다고 한다. 청백리 공복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은 우리 현실에서 잠롱의 청렴성과 청백리를 키우려는 노력이 부럽기만 하다. 법정스님은「산에는 꽃이 피네」에서 무소유(無所有)의 의미를 이렇게 설파했다. 『무소유란 아무 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소유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때 우리는 보다 홀가분한 삶을 이룰 수가 있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넘치는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이것은 소극적인 생활 태도가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라고. 제법 선선한 바람이 일기 시작하는 초가을의 문턱에서 우리 모두가 한번쯤 되새겨볼 말이 아닐까 한다. 김옥두 국회의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