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최근 자산 5조원 이상 43개 대기업집단의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상장사와 20% 이상인 비상장사를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회에 보고했다. 공교롭게도 총수일가가 계열사 지분 30%를 보유한 경우 일감 몰아주기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해 형사처벌하자는 '30% 룰'을 연상시킨다. 과잉규제라는 여론이 들끓자 철회했지만 비상장사의 경우 잠재적 처벌 대상이 더 늘어났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올해 7월부터 증여세를 과세하고 있는 마당에 공정거래법으로 중복 처벌하는 것도 문제다.
물론 규제 대상을 지분율 50% 이상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재계의 요구도 지나친 감이 있다. 공정위 분석에 따르면 10대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이 총수일가나 총수2세 지분율 30% 이상일 때 공통적으로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내부거래로 매출을 올려줘 총수 자녀들이 큰 이득을 보거나 경영권을 승계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꽤 익숙하다.
하지만 규제 대상과 기준은 가급적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기술할 필요가 있다. 부당한 이익제공인지 여부를 심사하는 '상당히 유리한 거래조건'이 그 예다. 지금은 내부지침에 심사 대상을 규정하고 있는데 시행령으로 끌어올리고 정상적인 거래조건이 뭔지 명확히 해야 한다. 공정위가 자의적으로 개입할 여지를 두면 과징금이라는 칼을 마구 휘두르고 변호사들만 좋아진다. 과징금 처분을 받은 기업들이 취소소송을 낸 3건 중 1건꼴로 대법원에서 승소하고 지난 5년간 2,817억원을 돌려받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