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증시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지난 2008년 이후 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4일 교보증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유가증권 및 코스닥 시장에서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기업은 52개사며 자사주 순매입(매입-매도) 규모는 2조9,213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시장 상장사의 매입규모는 2조6,708억원이며 코스닥 상장사의 매입규모는 2,505억원이다. 국내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2008년 5조9,153억원으로 최대치에 도달했다가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9년 2,250억원으로 급감했다. 이후 2010년 1조5,177억원, 2011년 2조8,812억원으로 회복했으나 2012년 1조1,663억원, 지난해 3,656억원으로 다시 줄어들었다.
SK를 시작으로 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삼성화재(000810)·두산(000150)·한화생명(088350)·네이버·삼성전자(005930) 등 대형주들이 잇따라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특히 지난달 26일 삼성전자는 2조2,000억원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다.
이 같은 자사주 매입 열기는 정부의 배당확대 정책과 맞물려 주주이익환원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강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지혜 교보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이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 번 늘리면 줄이기 힘든 현금배당보다는 재무정책의 유연성을 확보하면서도 현금배당의 보완재로 활용 가능한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 자사주 매입 공시 다음날 주가는 평균 1.35% 상승했다. 또 공시일을 기준으로 취득 만료일까지의 수익률은 4.18%, 취득기간 만료 후 20거래일까지의 수익률은 평균 3.94%였다. 코스피200 대비 상대수익률 역시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공시 다음날 1.13%, 취득 만료일 3.50%, 만료 후 20거래일 3.74% 상승했다.
한편 교보증권은 순부채 보유 비율, 매출액 대비 잉여현금 흐름 비율 등을 감안해 자사주 매입 여력이 높은 유가증권 및 코스닥 기업(금융업 제외)을 선정했다. 유가증권 기업으로는 삼성전자·현대모비스(012330)·기아차·농심(004370)·남양유업(003920)·일신방직·한국카본·자화전자·새론오토모티브·신세계I&C·화천기공이 선정됐다. 코스닥 기업은 GS홈쇼핑·에스에프에이·포스코컴텍·인터파크·성광벤드·실리콘웍스·대원산업·이라이콤·영풍정밀·코텍·우주일렉트로·아이디스·지디·삼영이엔씨·에스맥·에이텍·브리지텍 등 17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