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방문 중인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한 구실을 찾고 있다"며 "크림반도에 러시아군이 진정 없다고 보느냐"고 반문했다. '러시아 고립'을 목표로 한 경제제재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를 침범할 경우 이란에 했던 것과 같은 금융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제재가 시행되면 제재 대상 금융회사와 거래하는 모든 법인은 미국 내 금융거래가 금지된다. 유럽연합(EU) 역시 러시아와 비자 면제협상 중단 여부를 6일 열릴 정상회의에서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러시아도 미국이 경제제재를 시작하면 맞대응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알렉산드르 루카셰비치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여러 차례 미국 측에 설명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도 다음달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 가격을 인상하겠다며 '에너지 안보' 위협의 현실화를 경고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에 대한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AFP통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러시아 군함 두 척이 터키 보스포러스해협을 건너 흑해로 진입했다며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 역시 러시아 해군이 크림반도와 러시아 사이의 케르치해협을 여전히 봉쇄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또 이날 카스피해 인근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며 긴장을 높였다. FT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서방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기 때문에 영향력을 놓을 수 없다"며 "사태해결까지 오래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교적 해법 찾기도 진행되고 있다. 아르세니 야체뉴크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부 간 협의가 시작됐음을 밝히며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가 5일 특별회의를 열기로 하는 등 국제사회의 협상 채널도 가동되고 있다. 케리 장관은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와 대치하기를 바라지 않으며 러시아도 합법적으로 이익을 추구할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우크라이나는 서방과 러시아 모두의 친구가 될 여지가 남아 있다"며 보조를 맞췄다.
한편 금융시장은 갈등완화 기류에 급반등했다. 뉴욕증시는 이날 다우존스지수가 전날보다 1.41% 오르는 등 3대 지수가 일제히 1% 이상 상승했다. 전날 10% 이상 폭락했던 러시아 MICEX지수가 5.3% 올랐고 독일 DAX가 2.43%나 상승하는 등 유럽 증시도 일제히 올랐다. 아시아도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1.27% 오르는 등 반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