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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문연 용산 한글박물관 세종대왕 업적 등 다양한 전시
백제 무령왕릉 출토품 관람 국립공주박물관도 들러볼만
등반역사 속초 산악박물관선 10m 인공 암벽타기 체험까지
박물관 관련 서적도 잇달아
박물관은 살아 있다. 인문학 부흥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박물관은 그 핵심 고리 중의 하나다. 인문학(人文學·humanities)이 말 그대로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 사상과 문화를 다룬다고 할 때 이는 과거와의 대화와 다름 아니다. 박물관이 적절한 공간이다. 책에서는 평면적으로 보이던 것이 박물관에서는 4차원(3차원 공간+ 1차원 시간)으로 살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외적으로 박물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물관이 이제는 단순한 나들이나 재미와 감상 차원에서 나아가 인문학을 전파하고 한 사회의 문화·문명을 이어주는 통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의 박물관을 찾아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여행의 기회를 갖는 것은 어떨까 한다.
◇2월은 박물관 가는 달=마침 한국관광공사는 '박물관&미술관 탐방'이라는 테마로 2월에 가볼 만한 곳을 추천했다. △서울 용산 국립한글박물관 △경기도 안산 대부도 유리섬과 종이미술관 △강원도 원주 고판화박물관 △강원도 속초 국립산악박물관 △전남 목포 자연사박물관 △충남 공주 석장리박물관 △경남 고령 대가야박물관 △전북 무주 태권도박물관 등 8곳이다.
우선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에 대한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지난해 10월에 개관했으니 아직은 '신참'이다. 전시실과 한글놀이터·기념품점·카페 등을 고루 갖추고 있다. 한글과 관련한 자료와 전시물 외에도 세종대왕의 업적을 현대미술로 새롭게 해석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 한글놀이터와 외국인을 위한 한글배움터도 마련됐다. 이웃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도 찾아볼 필요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박물관으로 한반도의 역사와 문화·생활상이 집대성된 곳이다.
지방으로 갈 경우 충남 공주에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 금강 변에 들어선 석장리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선사 박물관으로 공주 석장리 유적을 발굴, 전시 중이다. 또 국립공주박물관에서는 백제 무령왕릉 출토품이 전시 중인데 무령왕릉의 석실을 직접 재현해보는 벽돌 쌓기와 백제 문양 탁본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박물관 나들이 후에는 공산성·갑사·산성시장 등 공주의 과거가 서린 공간을 함께 둘러보면 좋다.
속초 국립산악박물관은 산악 강국이 된 우리나라의 등반 역사를 보여주는 곳이다. 특별한 장비 없이 산에 오르던 시기부터 전문 장비를 갖추고 본격적인 등반을 하는 시대까지 산악의 역사와 장비 변화를 보여준다. 암벽체험실에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높이 10m 인공 암벽에 오를 수 있다.
◇박물관 평가인증제도 도입 추진=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박물관에 대한 정리 필요성도 제기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등록 공립박물관 대상 평가인증제도'를 내년부터 본격 도입하기로 한 이유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립 박물관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공공서비스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문체부는 제도도입에 앞서 전국 203개 등록 공립박물관 평가를 시범 실시한 결과 그중 '공공문화기반시설 활성화를 위한 우수사례평가' 부문에서 △경기 수원화성박물관 △전북 부여 정림사지박물관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경기도 연천 전곡선사박물관 △전북 군산근대역사박물관 등 5곳의 프로그램을 '우수'로 인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수원과 부여는 전시 부문으로 인정받았다. 수원화성박물관은 '1970년대 수원화성, 복원과 기록' 등 박물관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특별전과 체험행사를 통해 관람객들에 호평을 받았다. 부여 정림사지박물관은 부여의 문화유산, 백제의 사리장엄과 석등, 부여향교의 초석을 활용, 지방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을 대거 유치했다. 교육 부문에서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은 '촐람생이들의 숨비소리 도전'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사투리를 적극적으로 보급해오고 있다.
문화행사 부문에서 전곡선사박물관은 강연과 바자회·음악회가 합쳐진 융합형 이벤트 '행복만만(幸福萬萬)'을 개최하며 지역 내 소외계층을 보듬었다. 역시 문화행사 부분에서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시대극 '1930년 시간여행' 공연을 통해 10만명 이상의 관람객 증가를 이끌어냈다.
시범평가는 이와 함께 표준유물관리시스템 활용률, 등록 공립박물관 소장유물 대비 데이터베이스(DB) 등록률, '학예사자격증 보유자 및 학예직 근무자 수'당 소장유물 수 등도 진행됐다. 이에 따르면 공립박물관의 표준유물 관리시스템 활용률은 79.3%로서 아직 42개 박물관이 소장유물을 시스템에 등록하지 않았다. 또한 박물관 1곳당 평균 학예사 수는 2명에 불과했다.
◇ "박물관을 알자"…관련 서적 출판도 이어져=박물관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단지 박물관을 자주 들락거린다고 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니다. 먼저 박물관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다. 최근 출판된 '대한민국 박물관 기행(배기동 지음, 책문 펴냄)'은 이러한 독자들의 요구에 맞췄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이자 전곡선사박물관장인 저자가 박물관 문화의 다양성을 위해 독자에게 주는 해설서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41곳의 박물관 이야기를 우리 문화와 전통기술, 자연과 인간, 치료의 역사, 발명과 발견 등 8개의 테마로 분류해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제안도 한다. 유물이 박물관에 오기까지의 시간과 과정을 추적해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치악산고판화박물관장이 일본에서 '오륜행실도' 목판을 얻기 위해 '부르는 값'을 다 주고 수집한 사연, 신안 보물선에서 동아시아 국보급 도자기들이 나온 일 등을 세세하게 그려냈다.
그림이 많은 재미있는 읽을거리로 '값비싼 잡동사니는 어떻게 박물관이 됐을까(이지희 지음, 예경 펴냄)'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저자는 세계에서 가장 박물관이 많은 나라(인구대비로) 영국의 박물관을 통해 세계의 문화와 역사를 펼쳐 보이고 있다. 해외 서적으로써 '박물관의 탄생(도미니크 풀로 지음, 돌베개 펴냄)'은 박물관 자체의 역사다. 18세기 '박물관'이란 기관이 탄생할 때부터 21세기 오늘날까지 국가와 시대를 종횡하면서 박물관 역사와 그 변화에 관한 문화사적 고찰을 시도했다.
,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