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과 김기남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는 문희상 국회부의장, 박진 외교통상통일위원장,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이미경ㆍ추미애 의원 등이 배석한 가운데 20여분간 환담했다.
이날 면담은 예정에 없었으나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이 조문을 마친 김 비서에게 "의장님이 계신데 차 한잔하고 가시죠”라고 제안하자 김 비서가 “갑시다”라며 흔쾌히 화답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김 의장과 김 비서의 대화록.
▦김 의장=오시느라 수고 많았다. 국회를 대표해 조문단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북한에서 어려운 결심을 했다. 공교롭게 남북 정상회담을 이끈 두 분이 영면했다. 특히 김 비서를 단장으로 한 조문단은 남북화해와 협력의 좋은 징조로 생각한다. 구체적인 얘기는 정부 당국자 간 하도록 하자.
▦김 비서=맞아주셔서 감사하고 반갑다. 이번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에 즈음해 조문단을 조직해 보내줬다. 김 전 대통령을 잃은 슬픔을 같이 나누자고 왔다. 내일까지 여기 있는데 여러분을 만나서 얘기했으면 좋겠다.
▦김 의장=서울에서 잘 둘러보고 가시라. 남북관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됐으면 한다. 좋게 풀려서 연안호 선원이 빨리 돌아오길 희망한다. 계시는 동안 만나볼 분은 많은가.
▦김 비서=고인의 명복을 빌고 민족화합과 북남관계 개선의 뜻을 받들어 할 일이 많다.
▦정 대표=조문단의 조문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고 환영한다. 남북대화는 재개돼야 한다. 민주정부 10년간 이뤄놓은 것을 앞으로 전진시켜야 한다.
▦박 위원장=먼 길 조문 온 것을 환영한다. 기회가 되면 북한을 방문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기를 기대한다.
▦김 비서=먼 길이라고 하는데 먼 길이 돼서는 안 될 길이다. 먼 길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김 의장=기회가 되면 직항로를 타고 가고 싶다. 지리적인 의미가 아닌 다른 의미에서 먼 길을 가깝게 단축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 비서=4년 전 8ㆍ15 때 여기(남한) 왔다. 그때만 해도 분위기가 괜찮았다.
▦김 의장=남북 분위기를 좋게 하는 게 두 분(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