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쾰른 대성당.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고딕 양식 건축물인 이곳은 이 지역의 대표적 랜드마크다. 쾰른 대성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콜룸바 뮤지엄(Kolumba museum)'이라는 곳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폭격의 피해를 입은 이곳은 한동안 주변 교회와 미술관이 거의 파괴된 폐허더미로 오래도록 방치됐다. 1997년, 마침내 현장설계(field design)를 통해 오늘의 모습을 갖게 됐다.
현장설계에는 건축가 피터 줌터가 참여했다. 그는 역사 속에 일어났던 이곳의 모든 흔적과 시간을 새로운 건축에 있는 그대로 담아 치유와 화해의 건축을 제안했다. 기존 교회의 유적을 있는 모습 그대로 살려 내고 기존 유적지의 외벽 위에 수직으로 벽돌을 쌓음으로 옛 것과 새 것과의 새로운 조화를 시도했다.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폐허가 된 옛 교회의 건물 잔해를 그대로 살렸고, 그 위에 정제된 느낌의 미술관을 만들어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것이다. 재료 고유가 지닌 본질과 그 질서에 주목하는 건축가 피터 줌터의 혜안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책은 피터 줌터처럼 1990년대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 주목을 끄는 건축 작품을 선보인 대표적 현대 건축가 15인의 건축 철학을 담았다. 평범한 건축가로 일하는 저자는 건축 거장 15인이 빚어낸 건축물들을 직접 보고 느꼈던 감흥을 친절한 설명과 함께 곁들였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던 주변의 건축물도 새롭게 바라보고 해석되는 신선한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1만 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