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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에 진출한 A사는 투자 초기 현지 세관당국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신속한 통관지원 서비스와 각종 상담을 제공 받았다. 세관당국은 이후 전세계 금융위기로 세수가 부족해지자 품목번호를 임의로 변경해 관세율을 높였다. 세관당국은 A사가 한국 본사로부터 제공 받는 부품가격이 저가라고 주장하며 막대한 세금을 부과했다. 중국에 진출한 B사는 본사로부터 제조기술을 제공 받는 대가로 물품대금과 별도로 기술사용료(royalty)를 지급했다. 중국 세관은 기술사용료를 물품대금의 일부로 봐야 한다는 판단하에 B사에 상당한 세금을 부과했다.
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해외 현지투자는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제공하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특히 국가재정 수입 중 관세에 대한 의존도가 큰 국가에 현지투자를 고려할 경우 보이지 않는 무역위험(trade compliance)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성공적인 현지투자를 위해서는 특히 다음 세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첫째, 현지국가의 무역 관련 위험을 사전에 철저하게 진단해야 한다. 외국환 관리가 엄격한 국가에서는 물품대금과 용역비를 해외송금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 또 현지시장 진출 후 절세를 위해 이익금을 기술사용료 명목으로 송금할 때도 신중해야 한다. 세관당국이 기술사용료를 물품대금의 일부로 보고 관세를 부과하거나 탈루 혐의로 조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투자에 따른 국가위험(country risk)을 분석할 때 관세신고와 무역 법규에 관련된 어떠한 위험이 있는지 사전진단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통관무역 절차 설계에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통관무역 절차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비용절감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국가별로 시행하고 있는 보세구역(bonded area) 또는 자유무역지역(free trade zone) 등 관세지원제도를 이용하거나 제조기업을 위한 다양한 관세감면제도와 자유무역협정(FTA) 세율제도 등을 이용하면 수입 원부재료에 대한 관세를 절감할 수 있다.
셋째, 현지 법인별로 각각 다른 통관무역 절차를 표준화해야 한다. 국가별로 통관무역 절차에 대한 기본지침을 바탕으로 현지의 특수한 사정을 반영한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 본사는 이를 바탕으로 현지법인의 법규준수를 감독하고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법인별로 각각 다른 통관무역 절차를 허용할 경우 비효율적인 인력배치에 따른 자원낭비와 잠재적 법규위반 위험으로 기업의 계속성(going concern) 또는 수익성(profitability)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수많은 국내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고 있으나 사업성만을 중시하고 기타 무역 관련 위험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 관세추징 등 막대한 대가를 치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해외 투자기업은 국내에서 원부자재를 수입하고 기술을 도입할 때 경험했던 애로사항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해외 현지국가에서 예상되는 무역의 위험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춰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