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질서 교란행위에 해당될 수 있어 답변할 수 없습니다"
지난 10일 오전 시내 면세점으로 선정이 유력한 호텔신라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주가가 이상 흐름을 보이자 국내 한 대형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기관투자가를 비롯해 기자들의 전화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 애널리스트는 사업자 선정에 대한 전망을 내놓지 않았다.
이달 1일부터 시장질서 교란행위 처벌대상이 확대돼 1차 정보 유출자 뿐 아니라 2, 3차 정보 수령자 모두 이 정보를 투자에 활용하면 처벌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기업 내부 정보와 함께 시장·정책정보도 해당된다. 이날 해당 애널리스트가 특정 기업이 유력하다고 말했다면 '시장질서교란행위 1호'가 될 수 있다. 기관과 개인 투자자가 이 정보를 입수해 투자에 활용했다면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과징금은 정보를 이용해 취한 부당이득(손실회피액)의 1.5배까지 부과할 수 있다.
지난 10일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와 호텔신라등의 주가는 오전부터 급등했다.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이날 오전 급하게 이들 종목을 편입한 뒤 주가가 급등하자, 매도해 상당한 이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당일 매매는 평소 기관들이 거의 하지 않는 행태다. 반면 신세계가 8.97%의 폭락했고 SK네트웍스(-7.71%), 롯데쇼핑(-0.65%) 등 탈락기업들의 주가는 장이 열리는 동안 약세를 보였다.
이러한 정황만 놓고 보면 사업자 발표 전에 시장이 먼저 면세점 선정결과를 알고 있었던 셈이고 이를 활용해 일부 투자자들은 부당이익을 취한 셈이다.
사업자 선정을 주관한 관세청은 사전에 심사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이돈현 관세청 특허심사위원장은 "PT와 심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받은 게 당일 오후 3시"라며 "장 초반부터 급등한 주가와는 전혀 관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날 9일 오전 중소중견 기업 14곳이 심사를 마쳤고, 심사가 끝난 뒤 다시 오후 4시부터 오후 8시까지 대기업 7곳의 심사가 이뤄져 심사윤곽이 시장에 흘러나왔을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면세점으로 선정된 업체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던 점에 비춰 사전에 정보를 알았다면 개인이나 기관 모두 유혹을 떨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 증권사의 컴플라이언스 담당자는 "펀드매니저 등이 '한 번 쯤 괜찮겠지'하는 생각에 투자를 했다가 관련 주가가 급등한 걸 보고 밤잠을 못이룬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달 1일부터는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처벌이 생기면서 많은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들이 이를 의식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사전정보를 받고 투자유혹을 견디기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조사는 단 시간내에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력한 후보들이 거론된 상황이었고, 매매를 한 기관투자자 등은 단순히 예측을 통해 매매를 했다고 주장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매매분석을 통해 단기매매 흔적을 보인 계좌를 중심으로 메신저, 컴플라이언스 녹취 등을 확보해 혐의를 규명할 예정이다. 또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의 관계자들이 연루된 흔적이 없는 지도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가가 움직였다는 이유만으로 부당거래를 했다고 할 수 없고, 예측을 통해 미리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엄밀하게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