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유사 상황 관리 인력 확보 필요”
장성 효실천사랑나눔 요양병원 참사를 계기로 병원은 아니지만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가진 시설 등의 안전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요양병원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임산부와 아기 등이 있는 산후조리원과 어린이집, 소규모 병원과 의원 등도 안전사각지대로 방치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방재학과 교수는 29일 “의료시설에 해당하지 않는 규모의 작은 병원, 소규모 의원, 근린센터 안에 있는 작은 의원 등이 안전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이곳 들은 상대적으로 엄격한 안전 기준을 적용 받지 않는다”며 “규모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적용대상에서 배제된 것인데 미국 같은 경우는 안전 관련 법이 병동 수 등 규모뿐만 아니라 치료 행위, 상주 환자 특성 등도 감안해 시설 기준을 적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소방 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은 바닥 면적 1,000㎡ 이상, 4층 이상 건물인 의료 시설만 방재 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산후조리원과 소규모 병원 등이 특히 안전사고에 취약한 것은 촘촘하지 못한 법규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 시설의 특성상 규정대로 갖춰진 방재장치마저도 사고 발생 시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 교수는 “화재가 발생하면 연기가 가장 위험하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서는 이를 막을 수 있는 구획문(방화문)이 확실히 설치돼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병원에서는 환자를 실은 베드가 계속해 드나들어야 하다 보니 아예 구획문을 열어둔 채로 고정하고 의료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 해 12월 1층에서 화재가 발생, 6층까지 연기가 올라가 산모와 신생아 등 총 29명이 그 연기를 들이마시는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수원의 한 산후조리원에도 방화문은 있었지만 이 문은 아예 닫히지 않도록 자동 잠금장치가 끈으로 묶인 상태였다.
이들 시설 상당수의 입지 여건도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산후조리원은 건물의 상위 층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은 데 이 경우 사고가 발생하면 대피가 어려운 것은 물론이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산후조리원을 사고가 났을 때 빠져나가기 힘든 고층에 두거나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식당 등과 같은 건물에 두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며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입지 환경에 이런 위험 요인이 있으면 인허가 자체를 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 안전사각지대는 산후조리원과 어린이집, 소규모 병원과 의원뿐 아니다. 일반 병원의 신생아실, 장애인 시설 등 사고 발생시 혼자 힘으로 움직일 수 없거나 이동이 불편한 이들이 밀집해 있는 공간도 안전사고에 취약한 것 마찬가지다. 잘 짜진 매뉴얼이 있다손 치더라도 화재의 경우 관건은 대피 시간이다. 한 재난방지 전문가는 “신생아 50명이 있는 신생아실에 야간에 많아 봐야 보통 간호사가 3~4명 근무한다”며 “불이 나면 이들이 50명의 신생아를 얼마나 빨리 옮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