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외국선 침 유전자분석 키트 파는데… 국내선 "의사 아니면 안돼"

■ 스마트헬스케어 국감 핫이슈 부상

원격진료 세계1위 獨 보쉬 북미지역서만 10조원 벌어

의료시장 밥그릇 싸움에 한국은 시장 구경꾼 신세

영리 자법인 등 논란 여전… 여야 돌파구 찾기 힘들듯


# 독일의 '보쉬헬스케어'는 원격진료 세계 1위 기업이다. 전 세계 60여개국에서 매일 5만명 이상에게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가 지난 2011년 북미 지역에서 거둔 매출만도 무려 98억달러(10조원)에 이른다.

# 오는 26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의 최대 이슈는 다름 아닌 의료민영화다.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원격진료, SK텔레콤과 서울대병원이 만든 '헬스커넥트' 등을 놓고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핵심은 이들 정부와 민간 사업이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의료법인 영리자회사 등 의료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기술(IT)과 의료의 융합을 의미하는 헬스케어 산업을 놓고 현재 우리나라와 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 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IT 기업의 의료 산업 융합은 세계적인 추세인데 의료민영화 프레임에 갇혀 제대로 시도조차 못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원격진료 등) 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의료민영화가 아니라 의료세계화"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국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헬스케어 산업 육성과 의료민영화는 별개인데 한국은 무조건 의료민영화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며 "수년째 이 같은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에 대한 합의가 빨리 이뤄지지 않으면 '헬스케어 빅뱅'으로 표현되는 현재의 흐름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정치권 등에 따르면 헬스케어 산업의 걸림돌인 의료민영화 논란이 26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핵심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첨예하게 의견이 대립되는 이슈는 원격의료다.

야당 측은 정부가 최근 발표한 유망서비스 산업 투자활성화 대책에 대해 "의료영리화 정책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며 "의료영리화 종합선물세트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야당 측은 원격진료 등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되기 전에 정부가 추가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은 초법적 발상이라며 강력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료 업계도 아무리 IT가 발달했다고 해도 원격진료는 대면진료와 달리 위험이 상시 존재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스마트 헬스케어 육성을 위해서는 원격진료 허용이 필수적이라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원격진료는 IT와 의료가 결합된 융복합 산업의 기초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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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인 영리자회사를 놓고도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병원이 '영리'자법인을 두고 진료 외에도 호텔 등 다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병원 스스로 영리법인을 세우는 데 자본력이 부족한 만큼 외부 투자가 가능한 영리자법인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논란의 중심에서는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의 합작법인인 헬스커넥트가 있다. SK텔레콤 측은 헬스커넥트가 의료법상 자법인이 아닌 서울대병원법상 자법인인 만큼 영리자법인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사실상의 영리자법인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 논란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집중 다뤄질 예정이다.

병원의 부대사업 허용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정부는 의료기관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으로 현재 장례식장과 산후조리업·판매업 등 외에도 체육시설업이나 임대업·건강식품제조업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병원이 다양한 사업을 통해 돈을 벌게 되면 현재 병원들이 수익을 남기기 위해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진료나 과잉진료를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 치료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해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부대사업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병원이 환자들에게 영리자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강요할 수 있어 환자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의사가 처방하면 환자는 따를 수밖에 없는 진료 구조인 만큼 불필요한 지출이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현재 병원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비보험 과잉진료가 더 극성을 부릴 수 있다는 얘기다.

논란의 이슈만 다를 뿐 의료민영화라는 큰 틀에서는 차이가 없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원격진료, 영리자법인, 부대사업 확대 등 의료민영화 프레임에 갇혀 있는 사이 선진국은 헬스케어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외국은 간편하게 키트에 침을 뱉어 유전자 분석을 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 있으나 국내에서는 의사가 아니면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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