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는 '자기궁핍화(beggar thyself)'로 귀결될 위험을 수반한다. 그 조짐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전 일본은행(BOJ) 부총재인 이와타 가즈마사 일본경제연구소장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과도한 엔저가 가계구매력을 약화시키고 기업경영을 압박하며 일본 경제를 침체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경고했다.
상반기 내내 달러당 101~102엔대에 머물던 엔화 가치가 최근 한 달여 만에 109엔대까지 치솟자 일본 경제계에서는 탄력 받은 엔저를 환영하는 낙관론과 과도한 환율 급등(엔화 가치 하락)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경계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아베 정부 각료들도 달러당 110엔에 육박할 정도로 환율이 치솟자 더 이상의 엔저가 경기부양효과를 내기는 어렵다고 보고 부랴부랴 '구두개입'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베노믹스의 양적완화와 재정정책으로 정권 초기 엔화 가치가 수개월 새 20%가량 하락한 것이 일본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은 요인이 됐지만 더 이상의 엔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노믹스의 산물이자 최대 성과인 엔저가 어느새 아베노믹스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이 된 셈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엔저가 그동안 수출기업 이익 개선과 인플레이션율 상승이라는 효과를 냈지만 에너지 수입비용 증대로 내수 중심 중소기업과 가계를 압박하는 부작용도 점차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본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 비중이 18%까지 하락한 반면 내수 중심의 서비스업 비중이 20%에 달하는 등 엔저 수혜를 기대하기 어려운 산업이 일본 경제에서 점차 커지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다만 엔저를 유도한 대규모 양적완화의 주체이자 소비자물가지수(CPI) 2%라는 목표 달성에 사활을 건 BOJ는 내심 엔저를 반기는 기색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최근 열린 기자회견에서 "엔저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지금의 엔저가 일본 경제에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