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대규모 시위 급증… 치안유지비가 국방비 추월

[혹독한 시험대 선 시진핑호] <중> 한계 부딪친 정치시스템<br>공산당 부패 만연에 인터넷 잇단 고발글<br>공평·정의 못세우면 '베이징 컨센서스' 위태


'보시라이가 뇌물을 받았다고 치자. 그러면 당신들은 얼마나 깨끗한가.'

지난 9월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부인 정치국(구성원 25명)이 전체회의를 열어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에 대해 당규율 위반(부패) 혐의로 출당 및 공직박탈 조치를 취하자 중국 인민들이 웨이보(중국판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나타낸 반응이다.


중국인의 이 같은 냉소가 가시기가 무섭게 서민 이미지로 사랑 받았던 원자바오 총리 일가의 3조원 재산 축적설이 터져 나왔고 급기야 공산당 지도부가 원 총리 일가의 재산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원 총리는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보 전 서기의 선동이 제2 문화대혁명의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며 보 전 서기의 처벌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런 가운데 당 기율검사위가 보시라이를 지지하는 류위안 인민해방군 정치위원 등 3인방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18차 당대회를 앞두고 정치계파 간 싸움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집단지도체제가 권력층 내부는 물론 전체 국민 등 안팎으로 시스템의 위기를 맡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보시라이 사건은) 집단지도체제의 민주성과 효율성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최고지도부 간 대립으로 정치 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한 서구 정치체제에 맞서 중국은 그동안 고속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한 민주집중제(Democratic centralism)의 우월성을 강조해왔다.

민주집중제란 국민 다수의 의견을 듣되 소수 엘리트들이 합의해 국가를 운영해나간다는 의미다. 하지만 개혁ㆍ개방 이후 30년간 지속돼온 고속 경제성장 신화가 무너지고 견제를 받지 않는 공산당 절대권력이 내부로부터 부패하면서 통치의 정당성이 흔들리고 있다. 권위주의 독재체제하에서 사회안정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는 이른바 '베이징 컨센서스'에 금이 가고 있는 것이다.

공산당의 부패는 중국경제를 주무르는 국영기업과 공생적 성격을 띠며 상층부뿐 아니라 지방 하급관료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중국 인터넷과 웨이보에는 부패관리를 고발하는 글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온다. 베이징시의 골프장은 70개가 넘지만 이 중 합법적인 곳은 두세곳에 불과하다. 업자들이 골프장회원권을 관련 공무원들에게 뿌리는 방식으로 철저히 당ㆍ정부 인사들과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신화통신 기자 출신인 양지셩씨는 "농민 토지 불법철거 및 매수 등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관리와 부자를 규탄하는 시위가 점점 더 늘고 있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중국 정부는 점증하는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사회안정 유지'를 명목으로 1,110억달러를 배정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1989년 톈안먼 민주화시위 사태로 구속됐던 바오통 전 공산당 간부는 "중국의 사회안정유지 예산이 국방비보다 많은 수준에 이르렀다"며 "세계 어느 나라도 자국민을 적으로 삼아 이 같은 돈을 쏟아붓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한진 KOTRA 중국사업단장은 "후진타오 정권은 2009년 17기 4중전회에서 부패근절을 위해 당내 민주화를 시도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데다 중동 민주화의 파급 효과를 두려워해 실행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시진핑호는 사회안정과 체제유지를 위해서라도 정치개혁을 단행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에 직면했다. 당ㆍ관료의 절대부패로 이반되는 민심을 돌리기 위해 '공평과 정의'를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시진핑의 정치개혁은 서방식의 다당제나 선거가 아니다. 과도하게 집중된 공산당 권력을 견제할 수 있도록 사법부를 진정으로 독립시키고 언론자유를 세워 권력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요체다. 현재 최하급 행정단위인 촌에서 제한적으로 실시하는 인민선거제도를 점진적으로 상급 단위로 확대하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