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강연 전 관세청차장] "자금세탁" 출간

자금세탁은 불법자금의 출처, 소유자를 은폐하고 합법적인 자금으로 위장하는 것을 지칭한다. 이러한 자금세탁은 모든 범죄행위의 필수적인 절차로서 위장하는 것을 말하는데, 범죄행위가 번식하고 뿌리를 내리는데 필수적인 행위라 할 수 있다. 다시말해 자금세탁이라는 수단을 통하지 않고는 범죄의 확대재생산을 도모할 수 없다는 것이다.실제 뉴욕타임스는 최근 러시아의 마피아 조직이 뉴욕은행을 통해 수십억 달러의 검은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보도한 바 있다. 우리나라 역시 아직까지는 기업들의 조세회피나 외밀밀반출이 뉴스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조직범죄 단체의 불법적인 자금세탁이 주요 금융범죄 행위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지난 95년 마약특례법을 제정했고, 금융실명제 보완과 관련해 자금세탁방지법을 현재 국회에 제출한 상태에 있다. 이미 세계 각국은 97년 9월 ASEM 정상회담, 97년 11월 EU 정상회담, 98년 5월 G-8 버밍업 정상회담 등에서 자금세탁퇴치를 위한 공동조치를 취해나갈 것임을 합의한 바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00년말 시행되는 2단계 외환자유화 이후 전개될 탈세·자금세탁을 노리는 복잡한 형태의 외화반출입 증가에 대비해 금융거래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시스템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런 점에서 이강연 전 관세청 차장의 「자금세탁」은 검은 돈 거래의 실상과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전문가 양성 및 수사기법 개발을 위한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강연 전 관세청 차장은 『우리나라도 이제 더 이상 국제적 자금세탁의 무풍지대가 아니다』면서 『특히 지난 98년 3월 필리핀에서 개최된 유엔 마약규제 및 범죄방지기구의 아시아 지역 각료회의에서는 최근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가 자금세탁의 천국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강하게 표명한 바 있다』고 말했다. 자금세탁은 대개 배치, 반복, 종합이라는 3가지 단계를 거친다. 첫번째 배치단계에서는 범죄활동의 수익금인 현금뭉치의 물리적인 처분이 이루어진다. 돈을 금융기관이나 사채(社債)시장으로 유통시키거나 외국으로 밀반출하는 것을 말하며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는 가장 적발이 쉬운 단계이다. 주요 수법으로는 은행에 공모자를 두어 현금거래보고서 작성회피가 가능한 계좌를 만들거나 카지노, 경마장등 고가의 매출서류를 이용하기도 한다. 바하마, 파나마 등 텍스헤이븐 국가로 현금을 밀반출하거나 미술품, 골동풍등을 구입해 위장하기도 한다. 아예 현금을 특급운송하거나 수출입화물을 이용하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음식품, 카페, 피자가게, 자판기회사등을 직접 경영해 불법자금과 합법자금을 혼합처리하는 방법을 애용한다. 두번째 반복단계는 불법이익을 그 출처로부터 분리하기 위해 반복해 위장하는 단계이다. 여기에서는 반복적인 전신자금수송을 이용하는데, 즉 부정자금을 다른 나라의 은행에 예치하고 다시 인출하는 방법을 반복한다. 세번째 종합단계에서는 범죄활동으로 얻은 돈에 명백한 합법성을 부여하는 단계이다. 수출가격을 고가로 수입가격을 저가로 해서 업체간 또는 국가간에 이동시키거나 자금세탁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은행에서 다른 은행으로 자금을 송금한다. 또는 부정자금에 대해 세금을 납부함으로써 합법성을 보장받기도 한다. 이 책은 이처럼 불법적인 자금세탁의 방법을 파헤치고 미국의 금융정보수사망(FINCEN) 등 선진국들의 자금세탁 방지기구들에 대한 자세한 소개를 담고 있다. 또 직접적인 범죄현장을 놓치더라도 자금의 흐름을 감시하는 과정을 통해 범죄조직의 행동 반경을 추적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사기법을 아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때문에 이 책 「자금세탁」은 금융시장 개방을 앞두고 범죄단체의 기승을 예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배울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선학사 펴냄. 1만4,000원. 이용웅기자YY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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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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