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CEO in 마켓]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

'컨설팅+여신' 패키지딜로 인수금융 진출<br>분석 연계해야 기업 여신 경쟁력… 전문가 영입하고 인력도 보강<br>싱가포르 헤지펀드·홍콩 ELW 등 국내시장 한계 해외사업으로 극복

윤경은

"컨설팅과 여신을 묶은 현대증권만의 특화된 패키지딜을 통해 인수금융 시장에 진출하겠습니다."

윤경은(51ㆍ사진) 현대증권 사장은 이달 말 개정된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 투자은행(IB)의 대표적 사업영역 중 하나인 인수합병(M&A)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윤 사장은 "법 개정으로 증권사의 기업대출이 가능해진다고 해도 수신기능이 있는 은행권에 금리 경쟁력이 뒤질 수밖에 없다"며 "은행권보다 증권사가 잘하는 기업분석 컨설팅을 연계해야만 기업여신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딜을 발굴하려면 다양한 기업과의 네트워크가 강해야 하기 때문에 이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하고 인력도 보강했다"고 소개했다.

현대증권은 최근 하나은행ㆍ하나대투증권 등의 법인사업부에서 잔뼈가 굵은 기업금융 전문가 소병운 전무를 IB총괄 임원으로 영입하고 관련 인력을 보강했다. 또 종합투자부를 신설해 해외부동산 리츠를 비롯한 대체투자 상품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윤 사장은 "증권업계가 자본시장법 개정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현행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는 반드시 완화돼야 한다"며 "정부가 업계의 의견을 청취해 대책을 내놓겠다고 한 것에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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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사장이 꺼내든 또 다른 승부수는 해외사업이다. 그는 지난해 대표에 취임한 후부터 해외사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싱가포르에 헤지펀드 운용사를 설립하고 홍콩법인은 주식워런트증권(ELW) 알고리즘 사업을 개시한 것. "몇 년 전 증권사들이 높은 수익을 낼 때 거래대금이 지금과 비슷한 4조원 안팎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시장은 출혈경쟁에 따른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다"는 게 윤 사장의 생각이다.

하지만 현대증권의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그 동안 국내 증권사들도 해외시장에 잇달아 진출했지만, 대부분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사장의 생각은 어떨까. 그의 대답은 "자신 있다"였다. 본인 스스로가 증권업계에서 국제업무를 통해 성장한 국제통인데다, 우리나라 증권맨들의 경쟁력이 해외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현대증권은 해외사업 인력을 모두 내부인력을 육성해 배치할 방침이다.

윤 사장은 "다른 증권사들이 해왔던 대규모 자금투자나 브로커리지 유치 등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트레이딩 전략과 컨설팅 등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해외진출 전략을 펴고 있다"며 "해외 금융회사들이 축적된 경험을 통한 시스템은 우리보다 좋지만, 창조적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우리 인력이 훨씬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윤 사장은 또 "이미 홍콩 ELW 부문은 한 달 만에 25만달러의 수익이 발생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고 헤지펀드 운용사는 하반기부터 자금을 유치해 3년 내에 운용 규모를 현재 1억달러에서 10억달러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0년대 초반 '바이 코리아'열풍을 이끌며 증권업을 대표했던 현대증권이 현재 업계 5위권으로 밀려난 데는 노사갈등으로 내부의 힘이 결집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윤 사장도 취임 직후부터 노조와의 불편한 관계를 제대로 풀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단독 대표체제 전환 후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는 "법적조사 결과에 따른 엄정조치"를 강조하기도 했다. 사실 윤 사장은 이미 임기 내 인위적 구조조정은 하지 않고 2년 동안 노사가 함께 노력한 후에도 수익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임금체계를 고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업황 악화로 증권업계의 구조조정이 상시화된 상황에서 전문 경영인으로서 직원들의 고용안정과 관련된 협상 카드는 이미 모두 꺼내 보인 상태다. 그런데도 법정소송 등이 이어지며 풀리지 않는 노사관계에 대한 그의 솔직한 마음은 어떨까.

윤 사장은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내부 문제가 자꾸 외부로 노출돼 현대증권의 브랜드 이미지와 신용도가 떨어지는 것"이라며 "노사가 본연의 위치에서 치열하게 싸움을 할 수는 있지만 그 모든 것이 회사의 미래성장과 연결돼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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