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자신을 보살핀 사람은 아내가 아닌 내연녀라며 이혼을 주장하는 P씨. 반면 “언젠가 남편이 돌아올 것”이라며 “미혼인 두 자녀 때문에라도 이혼에 동의할 수 없다”는 아내 K씨. 법원은 과연 P씨의 이혼 요구를 인정해줘야 하는 것일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5일 두 사람의 이혼 문제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린다. 쟁점은 결혼 생활을 파탄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이혼을 요구할 수 있는 지다. 지금까지 국내 법원은 1965년 판례 확립 이후 50년 동안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역시 1·2심 법원은 지금까지 아내 손을 들어줬다. 1심 법원은 “두 사람의 관계가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며 “혼인생활 파탄에 대해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그 파탄을 사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P씨에게 책임을 돌렸다. 2심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보다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 혼인이 파탄에 이르렀으면 이를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른바 ‘파탄주의’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26일에는 이와 관련한 공개변론을 열고 다양한 주장을 직접 들었다. P씨의 변호를 맡은 김수진 변호사는 “세계 각국이 ‘상당기간의 별거’를 이혼 사유로 채택하고 있다”며 “국민의 55.4%와 전문가 78.7%가 책임 여부에 상관없이 혼인 파탄 자체를 인정해야 한다는 데 찬성한다며 법도 시대적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내 K씨 변호를 맡은 양소영 변호사는 “부정행위로 혼인계약을 깬 이가 결혼 계약에서 해방 시켜달라며 권리를 남용하는 것을 법으로 보호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대법원이 ‘파탄주의’를 인정할 경우 앞으로 이혼 사건 수가 늘어나고 이혼 시 재산 분할 문제가 더욱 중요해지는 등 사회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