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극장 확산등으로 상시공연 확대국내 공연가에 상설 공연 연극의 숫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졸속 준비와 짧은 공연'의 악순환을 끊을 상시 공연은 많은 공연인들의 희망 사항이지만 전용극장 확보와 티켓 판매 등 여러 문제가 뒤따라 활발히 시도될 수 없었다.
하지만 문화 분야에 산업 마인드가 도입되고 오랜 기획을 바탕으로 한 장기 공연이 외려 경제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흥행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상설작들이 속속 나타나게 됐다.
스타급 공연 외엔 '침묵'이 예상되는 월드컵 기간도 이들에겐 호재. 외국인 관광객 역시 기획 단계부터 계산에 넣은 공연의 주요 관객 층이기 때문이다.
◇난타
제 아무리 흥행작이어도 매일 300여 석을 채우긴 어렵다는 연극계의 우려를 깨뜨린 첫 성공작. 2000년 7월 전용극장을 출범시킨 이래 매진에 가까운 객석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달엔 강남에 제2전용관도 세웠다.
국내 최초로 외국인 관광객을 마케팅 대상에 포함시킨 공연으로 강북관 객석의 70% 이상이 외국인들의 몫이다.
최근엔 중국인 관객이 급증, 제작사측에서 관련직원 보강에 나서기도 했다. 양 극장에서 하루 평균 3회 공연하니 일일 객석분이 900여 석에 달한다. (02)739-8288
◇지하철1호선
독일, 중국, 일본 공연의 호응에 힘입어 대학로 학전 그린에서 상설공연 중이다. 옌볜 처녀 선녀의 서울 기행을 통해 1990년대 한국 사회의 자화상을 조명한다.
최근 한국을 방문했던 뮤지컬 '렌트'의 제작자 제프리 셀러는 도착 첫 날 공연을 본 뒤 '환상적이다, 놀랍다'는 말을 연발했다.
원작자 김민기씨는 영상과 춤, 노래, 극이 혼용된 이 작품을 '뮤지컬'이라 불러야 한다는 점을 아쉬워한다. 평일 예매율이 60% 선이고 주말에는 90%를 상회한다. (02)763-8233
◇용띠위에 개띠
1997년 첫 공연을 시작, 총 33개월 동안 1,200회 이상 공연된 연극.
최근 45일간 쉬고 5월 1일부터 다시 관객을 맞고 있다. 휴식 기간에도 '언제 다시 문 여느냐'는 국내 관객의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솔직한 대사와 뛰어난 연기에 힘입어 '입소문'만으로 객석을 채워간다. 연극 문화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성인 관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게 강점. 이랑씨어터. (02)766-1717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지난해 4월 공연을 시작, 일 년여 동안 3만여 명이 관람한 화제작. 동화 '백설공주'를 소재로 조건 없는 사랑을 보여준 한 난장이의 이야기를 그린다.
유시어터의 유인촌 대표는 1주년 기념 앵콜 공연(4~31일) 뒤 이 작품을 극장의 상설 공연작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무대 및 의상 등에 기존 성인극을 능가하는 제작비를 투입했다. (02)3444-0651
◇강아지똥
극단 모시는 사람들이 만든 어린이극. 권정생의 동명 동화를 기초로 자신의 무가치함을 슬퍼하던 강아지똥이 민들레꽃을 피워내며 기쁨을 느낀다는 내용을 표현한다.
극적 메시지와 함께 배우들의 신체 표현도 놀라운 수준. 12일까지 '강아지똥'을 공연하는 정동극장은 단체관람 형태의 상설 공연작으로도 이를 운영중이다.
낮 시간을 이용, 각급 학교의 관람을 받는 '문화특활'인데 평일 1~3회 공연이 있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02)7511-500
◇델라 구아다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성황리에 공연중인 비언어 퍼포먼스 계열극. 무대와 객석의 구별 없이 배우들이 날아다니고 물이나 소품 등이 떨어지는 형태다.
세종문화회관 뒤편에 전용극장을 세워 7월경 상설 공연에 들어가는데, 1년 공연 뒤 3년까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게 제작진의 의견이다. 넉 달 이후엔 내한한 브로드웨이 배우 대신 국내 오디션을 통해 모집한 배우들로 무대를 꾸민다. (02)542-0530
◇쇼태권
태권도에 다양한 쇼 연출을 가미한 퍼포먼스 계열의 공연. 정동 A&C에서 3월 시작, 내년 3월 20일까지 주 6회 상설 공연한다. 태권도를 수련하는 젊은이들의 방황과 자기 수련 과정을 담고 있으며, 5월부터 좀 더 다듬어진 무대 전개를 선보이고 있다. 태권도 유단자, 뮤지컬 배우 등 22명이 출연한다.
김희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