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반복되는 추경, 급증하는 부채


박상근 세무회계연구소 대표

GDP대비 국가부채비율 35.7%로 급증


과감한 구조개혁으로 잠재성장률 높여야

정부가 매르스(Mers), 가뭄 등으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11조8,000억원의 추경을 포함해 22조원 규모의 돈을 풀기로 했다. 추경은 국가 비상사태 등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편성돼야 한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추경은 주요 경기 부양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 지난해까지 14회, 거의 매년 한 차례씩 추경을 편성했다.


현 정부 3년 동안에도 2회에 걸쳐 10조원 이상 대규모 추경을 편성했다. 2013년은 저성장 극복이고 이번엔 메르스다. 정부는 2013년 17조3,000억원의 추경을 편성, 5조3,000억원의 세출확대와 12조원의 세입결손을 보전했다. 올해도 정부는 추경 11조 8,000억원을 편성했고, 세출확대에 6조2,000억원, 나머지 5조6,000억원은 세입결손 보전에 충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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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풀려 놓은 세입결손을 추경으로 메워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당초 예산 편성시 높은 경상성장률 전망치를 적용, 세입예산을 부풀려 잡았다. 이로 인해 2012년 2조8,000억원, 2013년 8조5,000억원, 지난해 10조9,000억원, 3년째 세입결손이 이어졌다. 그 규모가 무려 22조2,000억원에 달한다. 같은 이유로 올해도 7조원 정도의 세입결손이 예상된다. ‘빚’내 세입결손을 보전하는 추경에 반대하는 야당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문제는 추경 재원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공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국채를 발행해 마련해야 하고 이것은 미래세대의 ‘빚’으로 남게 된다. 정부가 이번에 편성한 추경 11조8,000억원의 80%인 9조6,000억원을 국채를 발행해 마련한다.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2008년 309조원이던 국가부채는 2009년 슈퍼 추경이후 359조6,000억원으로 50조6,000억원이 증가했고, 2012년 443조1,000억원이던 국가부채는 2013년 슈퍼 추경이후 489조8,000억원으로 46조7,000억원이나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중은 2008년 28.7%에서 2009년 31.2%로, 2014년 35.7%로 급증했다.

연례행사처럼 대규모 추경을 편성하고, 그 재원을 ‘나랏빚’으로 마련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매년 경기부양용 재정을 쏟아 부었지만 경기침체는 계속되고 청년실업률은 개선되지 않아 국가부채만 늘어났다. 일본은 경기침체를 탈피하기 위해 재정을 퍼부으면서 GDP 대비 국가부채 비중이 1990년대 60%에서 현재 250%로 급증했다. 대한민국이 ‘잃어버린 20년’의 일본 전철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 한국 경제는 저출산·고령화, 가계부채, 양극화, 급증하는 복지예산, 경직된 노사관계, 기업의 경쟁력 약화 등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 봉착해 있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개혁하지 않고 추경을 반복하는 재정정책은 환자에게 진통제를 놓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임시방편적 추경을 반복해선 희망이 없다. 과감한 ‘구조개혁’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래야 일자리가 생기고, 가계 소득과 소비가 늘어나면서, 세수가 확보되는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아울러 추경이 필요 없을 정도의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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