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펀드스토리] 트러스톤자산운용 '다이나믹코리아50'

홈런보다 꾸준한 출루… 안정적 수익에 방점<br>헤지펀드의 롱쇼트 전략 구사<br>올들어 6.81% 돋보이는 성과<br>4400억 이상 신규자금 몰려

김주형


야구경기에서 1번 타자는 출루 담당이다. '클린업 트리오'라고 부르는 3~5번 타자는 강타를 뽑아 득점을 노리지만 1번 타자는 제1 덕목도, 제2 덕목도 꾸준한 출루다. 장타나 홈런보다 상대에 상관없이 아웃되지 않고 베이스를 밟는 게 중요한 것이다.

펀드 중에도 들쭉날쭉한 홈런이 아닌 꾸준한 출루에 방점을 찍은 상품이 있다. 시장을 벤치마크 삼아 큰 폭의 초과이익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닌, 시장에 상관없이 꾸준히 안정적인 중수익을 추구하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의 '다이나믹코리아50' 펀드가 그 주인공이다.


이 펀드는 헤지펀드에서 사용하는 롱쇼트 전략을 구사하는 주식혼합형 펀드로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중위험ㆍ중수익의 높은 성과를 내며 자금몰이에도 성공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011년 6월 설정된 다이나믹코리아50의 누적 수익률은 16.88%다. 연초 후 증시가 횡보하며 유형 평균 수익률은 -0.07%에 머물렀지만 이 펀드는 6.91%의 돋보이는 성과를 나타냈다. 롱쇼트 전략 펀드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안정적인 성과가 입증되면서 펀드에는 올해 들어 4,400억원에 달하는 신규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300억원대에 불과했던 순자산이 4,800억원을 넘어섰다.

다이나믹코리아50의 운용전략은 크게 3가지다. 첫 번째는 페어트레이딩(Pairs trading). 흔히 '롱쇼트'라 하면 상승이 기대되는 업종ㆍ종목은 매수하고 하락이 예상되는 업종ㆍ종목을 매도하는 '페어트레이딩'을 떠올리지만 사실 이 전략은 다이나믹코리아50의 운용에 있어 20%(롱 10%ㆍ숏 10%)에 불과하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김주형(사진) 트러스톤자산운용 주식운용 AI본부장은 "한국은 업종 내 종목 간 상관관계가 전세계에서 가장 높아 페어트레이딩을 활발하게 사용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 전략은 일부만 구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대로 된 페어트레이딩을 위해서는 특정 업종이 유망할 때 그 안에서 좋은 주식과 나쁜 주식이 차별화된 흐름을 보여야 하는데 국내 증시에서는 특정 업종이 오르면 업종 내 웬만한 종목이 모두 올라 롱쇼트 페어(짝)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다이나믹코리아50은 동 업종 내 페어트레이딩 대신 같은 콘셉트의 이종(異種) 업종 페어트레이딩을 활용한다. 예컨대 원ㆍ달러 환율하락이 예상될 때 여행주가 오를 수 있다. 반면 항공주는 수혜가 전망돼도 저가 항공사가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럴 때 펀드는 여행주를 롱, 항공주를 쇼트 포지션으로 놓고 운용을 하게 된다.


두 번째 전략은 이 펀드운용의 60%(롱 30%ㆍ숏 30%)를 차지하는 플레인 롱쇼트(Plain long-shot)이다. 플레인 롱쇼트는 쉽게 말해 매니저가 좋게 보는 '롱 꾸러미'와 고평가되고 전망이 안 좋은 '쇼트 꾸러미'를 만들어 매매하는 방식이다. 운용사 차원에서 매일 종목 분석ㆍ리서치ㆍ운용에 대한 회의가 진행되는데 이 같은 회의를 통해 130개 안팎의 유니버스가 형성된다. 다이나믹코리아50은 이 중 롱 꾸러미에 60여개, 쇼트 꾸러미에 20여개 종목을 편입해 운용하고 있다. 수시로 종목을 빼고 넣기보다는 포트폴리오 내에서 비중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펀드 회전율은 연간 120% 정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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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1번 타자에게 좋은 공과 나쁜 공을 구분하는 '선구안'이 필수이듯 롱쇼트 전략, 특히 플레인 롱쇼트는 '좋을 종목' '나쁠 종목'을 구분해내는 운용사의 능력이 핵심이 된다. 김 본부장은 "시장이 상승하면 쇼트 꾸러미에 있던 종목들도 동반 상승하는 경우가 많아 펀드 수익률은 저조하게 되지만 롱 꾸러미에 있던 종목들이 시장 대비 큰 폭으로 올라 쇼트에서 난 손실을 만회한다"며 "반대로 시장이 폭락할 경우 롱 포지션에 있던 종목이 손실이 나지만 쇼트 꾸러미에 있던 종목을 팔아 이득이 생기기 때문에 이 경우에도 손실을 상쇄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시장방향과 상관없이 좋은 주식과 나쁜 주식을 잘 골라내는 능력이 롱쇼트 펀드의 성패를 가르게 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운용법은 인핸스드(Enhanced) 전략이다. 당장 이슈가 없거나 거래가 저조하지만 장기 성장이 예상되는 저평가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다. 현재 포트폴리오의 '다우기술'도 인핸스드 전략으로 편입했다. 김 본부장은 "다우기술은 키움증권의 대주주 회사인데 키움증권 보유가치와 함께 다우기술 자체 비즈니스 모멘텀 등이 좋은 데 비해 저평가돼 있어 펀드에 편입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도 현재 회사 장부가치의 0.5배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는데 매년 배당 수익률이 3~4% 수준으로 나오는데다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어 재평가를 노려볼 만하다는 게 김 본부장의 설명이다.

페어트레이딩과 플레인 롱쇼트, 인핸스드의 3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이 펀드는 국내 증시가 많이 빠지고 변동성이 클 때도 안정된 흐름을 보이거나 좋은 성과를 내면서 수익을 누적시키고 있다. 김 본부장은 "한국시장에서 기존 상품들은 대부분 롱 온리 상품으로 주식시장이 올라야 돈을 버는 구조였다"며 "한국시장도 어느 정도 성숙시장에 접어들고 저성장 국면에 들어가면서 롱 온리 상품들은 한계를 만날 수 있는 만큼 롱쇼트 펀드들이 시장의 중요한 축을 형성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반기 증시에 대해서는 '상반기보다는 호전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김 본부장은 "상반기 국내 증시에 큰 이슈였던 뱅가드 이슈가 6월이면 마무리돼 수급이 좋아질 것으로 보이고 엔화약세도 둔화되면서 일본에 집중됐던 글로벌 자금이 한국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밝혔다. 수급이 좋아져 지수가 오르겠지만 경기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졌다. 유럽이나 중국 경기의 호전 여부가 아직까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펀드 롱쇼트 포트폴리오를 4월 중순을 기준으로 균형 상태로 잡아놓았다"며 "5~6월이 지나 방향이 가시화되면 경기주든 방어주든 어느 한쪽으로 중심을 이동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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