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사전에는 수만 개의 정석이 나와 있다. 쌍방이 최선의 응수를 찾아서 둔 수순의 집합이 정석이다. 그것은 주로 고수들의 실전보에서 채집된다. 정석은 끊임없이 생산된다. 의욕적인 고수들이 자꾸 신형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프로들은 끊임없이 다른 고수들의 실전보를 주시하고 조사한다. 신수나 신형이 나오면 눈에 불을 켜고 그것을 연구해 제 것으로 삼는다. 프로바둑의 세계에서도 부지런한 학구파가 득세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2008년 12월9일 중국 난창에서 치러진 춘란배 8강전이 특히 프로기사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신형이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이창호가 흑으로 구리와 둔 이 바둑의 초반 수순이 그것인데 바로 그것을 이세돌과 콩지에가 서울에서 다시 펼쳐 보이고 있다. 포인트는 흑29로 뻗은 이 수순. 이 장면에서 백의 응수는 실전보의 백30이 최선이다. 다른 어떤 응수도 모두 나쁘다. 실전보의 백30도 약점은 있다. 흑31로 머리를 콱 찍어눌렀을 때 응수가 상당히 까다롭다. 참고도1의 백1로 나와서 끊으면 흑 3점을 잡을 수는 있지만 그것은 흑의 주문에 말려드는 길이다. 흑12까지 되고 보면 우상귀 방면의 백대마 전체가 곤마(困馬ㆍ살아나기 어려운 돌)로 쫓기게 되는 것이다. 콩지에는 실전보의 백32로 받았고 여기서부터 신형은 탈바꿈을 하게 되었다. 구리가 난창에서 둔 수순은 참고도2의 백1로 젖히는 것이었다. 그 때 이창호는 흑2 이하 6을 선수로 두어놓고 8로 벌린 바 있다. 콩지에는 백36을 역으로 선점하는 개량형을 선보이고 나선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