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끝난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행사인 '제28회 세계 전기자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EVS 28)'에서도 주요 업체들은 사뭇 다른 청사진을 보였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는 LG전자는 28일 자사의 기술로드맵을 발표했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는 충전 한 번으로 130㎞ 정도를 달리는 수준인데 내년에는 200마일(약 322㎞), 오는 2020년에는 300마일(약 483㎞)을 달릴 수 있는 배터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부산에 이르는 거리를 한 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를 상용화해 EV 대중화를 앞당긴다는 구상이다.
닛산의 야지마 카즈오 전기차·하이브리드카 총괄도 EV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배터리·파워트레인·충전방식 등 세 가지 분야에서 5년 내 혁신적 진화를 이뤄 EV를 더욱 확산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닛산이 2010년 출시한 EV인 리프를 올해 10만대가량 판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닛산 리프는 지난 4년여간 17만2,000대 넘게 팔렸으며 여태까지 팔린 전세계 EV(약 40만대) 가운데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반면 메르세데스-벤츠는 EV와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중간형태인 PHEV를 더욱 내세우고 있다. 올리버 브리츠 벤츠코리아 이사는 "2017년이면 벤츠의 거의 전 차종에 PHEV 모델이 추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벤츠는 실제로 지난 3월 'C350 e'를 시작으로 4개월마다 PHEV를 출시, 오는 2017년까지 총 10종의 PHEV를 추가할 계획이다. 벤츠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벤츠의 친환경차 전략은 PHEV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PHEV는 친환경차 초기 단계인 하이브리드(HEV)에서 EV로 이어지는 중간 단계 정도로 여겨져 왔으나 최근에는 차세대 친환경차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을 고루 이용해 1회 충전으로 EV에 비해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고 속력 등 성능도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못지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격을 크게 낮춘 PHEV도 속속 출시되면서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반면 내연기관을 없앤 EV는 현 디젤·가솔린차의 연료효율에 맞먹는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한 기술적 난관이 아직까지 뚜렷하다. 이를 극복한다고 하더라도 가격이 대중의 눈높이에 이르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금동석 KAIST 교수는 "3,000만~4,000만원대의 EV가 아직 등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동차·배터리 업계는 서로 다른 지향점을 드러내고 있다"며 "테슬라·닛산 등은 EV 대중화를 확신하고 있지만 벤츠와 같은 주요 완성차 업체는 배터리 등 기술적 난관 해결이 불확실한 EV보다는 PHEV를 현실적 대안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