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꿈 꾸는 중국이여! ‘투게더(Together)’

`패왕별희`와 `풍월`의 서사적 절망과 슬픔이 되살아 나던 지난 봄, 첸 카이거 감독의 신작 `투게더`가 우리를 찾아 왔다. 중국 문화혁명을 몸소 겪어 냈던, 영화 감독 첸 카이거가 세계적 거장이 되어, 만든 `투게더`는 오늘을 살아가는, 전형적인 중국 서민 아버지와 바이올린을 켜는 아들의 `꿈`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버지는 아들이 바이올린 천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아들을 꼭 성공한 바이올리니스트로 키우기 위해, 북경으로 가고자 한다. 그러나, 그에겐 그의 촌스러운 빨간 모자에 담긴 여비가 전부이다. 그러나, 그는 아들이 성공적으로 북경 콩쿨 대회에 입상하기를 원한다. 아들은 북경 소년 궁전에서 열린 콩쿨대회에서 `5등`을 하고, 그는 아들의 성공을 위해선, 북경의 훌륭한 음악선생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소년은 가끔씩 콩쿨대회에서 1등을 하는 자신이나, 아빠를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얼굴도 알지 못하는 `엄마`가 보고 싶을 때 바이올린 연주를 한다. 소년의 바이올린은 그의 엄마가 마지막으로 남긴 선물이다. 이제 13살의 소년은 북경의 화려한 건물과 어느새 마음을 차지한 `릴리`누나가 좋을 뿐이다. 그리고, 아빠가 억지로 섭외한 지앙 교수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왜냐하면, 지앙 교수는 원할 때만 연주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어느날 갑자기 지앙교수이 아닌, 유지문 교수에게 교섭을 받으라고 한다. 소년은 이제 겨우 지앙교수의 `악보`를 보며, 영감을 느끼기 시작했는데…. 소년은 지앙교수의 허름한 집을 찾아가, 마지막 19분의 연주를 한다. 결코 눈물을 보이지 않은 소년과 피아노를 치는 지앙 교수. 아들은 그들의 교감을 뒤로 하고, 아버지와 함께 유 지문 교수를 찾아 간다. 그러나, 소년의 바이올린 케이스는 이미 비어 있었다. 소년은 바이올린을 팔아, 이웃집, 릴리 누나의 흰색 코트를 선물한다. 연주할 악기가 없는 소년은 아무 말 하지 않은 채, 앉아 있고, 유 교수는 아들의 바이올린 연습 자국이 찍힌 턱을 만진다. 감정이 없는 바이올린 수재를 가리키는데, 싫증이 난 유 교수는 아들의 `감성`과 아버지가 미리 고백한 그들의 이야기에 매력을 느낀다. 새로운 신인을 키워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유 교수. 그러나, 소년은 영 말이 없고, 그의 아버지만을 원할 뿐이다. 그녀의 흰 코트의 출처를 안 릴리. 그녀는 이 때까지 어느 누구도 그녀에게 이렇게 친절한 마음을 주지 않았다. 그녀는 어떻게든 돈을 구해서, 소년이 판 바이올린 되 사오고 싶다. 그녀는 유 교수를 설득한다. 기필코 자신에게 친절을 보여준 소년이 성공적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길 원한다. 어느새 화해를 한 릴리와 소년의 아버지. 사실 그동안 아버지는 릴리가 아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유 교수는 소년의 재능과 감성을 발견하고, 그는 소년의 새로운 멘토가 되고자 한다. 그는 소년과 아버지를 떼어 놓고, 국제 콩쿨대회 티켓을 소년에게 주려고 한다. 소년은 어느새 그의 촌스럽고, 왜소한 아버지가 부끄럽다. 이제 소년의 아버지는 이런 유 교수가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왜 그런지 많이 섭섭하다. 아버지는 릴리와 함께, 아들의 새 니트를 짜주려고, 헌 니트의 실을 푼다. 그러나, 지금 유 교수는 소년의 바이올린이 예전의 감수성이 없음을 발견한다. 어떻게든 `음악 신동`이란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그는 소년에게 아버지에 대한 `비밀`을 얘기해준다. 그는 소년의 감성을 배가 시키기 위한 자극제로써 그 이야기를 했지만, 소년에겐 깊은 놀라움이다. 바로 아버지는 소년의 진짜 아버지가 아니라, 북경 역에서 `이 아이를 바이올리니스트로 잘 키워주세요!`란 쪽지와 바이올린과 함께, 강보에 싸인 소년을 만난 것이었다. 다시 아버지의 집을 달려가는 소년. 아버지는 네 바이올린을 누가 사갔다고 속상해 한다. 소년은 아버지가 짐을 싸는 것을 말 없이 돕는다. 릴리와 지앙 교수님의 배웅을 받으며, 아버지는 북경 역으로 가고 있다. 유 교수 집에서 소년은 소년 때문에 국제 콩쿨대회 티켓을 놓친 친구 `린`을 배웅한다. `린`은 유교수가 사놓은 소년의 바이올린을 꺼낸다. “난 너가 나 대신, 콩쿨대회가 나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내가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는지 알았어”라며, 본인에겐 감정을 보여주지 않는 유 교수를 이야기 한다. 달려가는 소년! 자신의 오래된 바이올린을 껴 앉고, 북경 역으로 온 소년. 아버지를 찾는다. 소년의 아버지가 처음 소년으로 만났던 북경 역에서 그날의 기억이 `흑백`의 화면 속에서 교차된다. 저기서 아버지가 보인다. “아빠!” 달려가는 소년! `Concerto for Violin Orchestrain Dmajor Op.36 -Allegro Vivacissimo ` 소년의 연주가 가득찬다. 소년은 국제콩쿨대회의 티켓을 동료에게 양보한 채, 아버지 앞에서 연주를 한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흘리는 소년의 눈물이 화면 가득하다! 첸 카이거 감독은 이 영화를 실제 북경에서 일어난 이야기라고 했다. 샤오천 역을 맡은 당운이란 소년 역시, 실제 소년 바이올리니스트이고, 그의 아버지는 시골에서 상경 그를 뒷바라지하고 있다. 모두 네가 천재라는 알게 해달라는 첸 카이거 감독의 함께 시작된 영화, `투게더`는 사실 TV의 다큐멘타리였다. 이 다큐멘타리를 본 첸 감독은 지금 현재 북경, 즉, 중국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다. 즉, 자본주의 체제로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국가`가 권력이 되는 시대에서 `부`와 `명예`가 권력이 되고,`덕`이 되는 중국의 `꿈`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아무리 빈부의 격차가 심하고, 음악도 권력이 되고, 여자의 젊음도 돈이 되는 지금 현재 중국에 그래도 `꿈`은 있다고! 소년과 아버지의 목소리로 `투게더(Together)`하자고 이야기 한다. 최근 첸 카이거 감독이 한국의 영화배우, 장동건을 찍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첸 카이거 감독은 `친구`의 장동건이 인상 깊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친구`의 제작자였던, 쇼이스트의 김 동주 대표가 주선한 것이다. 아마 한국영화시장을 기반으로 한,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겠다는 제작자의 의도가 아닌가 싶다. 아무리 헐리우드의 융단 폭격에도 살아 남은 우리 영화시장이라 하더라도, `거장 감독`을 갖지 못한 우리는 첸 카이거 감독의 날개를 빌려, 칸 시장으로! 토론토 시장으로 달려나가야 하는 현실이 사뭇 씁쓸하다. 우리의 영화시장이 어디로 흘러갈 진 좀 두고 봐야겠지만, 그 시절의 절망과 슬픔을 얘기했던 첸 감독이 솜씨 있게 요리한 중국판 `빌리 엘리어트`는 거장다운 명료함이 아주 상쾌하다. 유교수로 분한 우리의 이웃집 아저씨, 첸 카이거 감독, 릴리로 분한 그의 아내이자, 중국의 4대 여배우 중에 한 사람인 진홍, `귀주 이야기`로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 받은 소년의 아버지 역할을 한 유 패기가 주는 이 영화는 핀랜드산 자일리톨 껌보다 훨씬 개운한 뒷맛을 준다. 첸 카이거 감독은 `투게더`를 통해, “꿈을 가진 자여! 행복하지 않은가?”라고 우리에게 조용히 이야기 하고 있다. <모칼리 Mocalie@magic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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