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후보 대선캠프 상황실장이었던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31일 ‘비망록-차마 말하지 못한 대선패배의 진실’(다산북스)이라는 책을 펴내 당시 자신의 메모와 캠프 관계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양측의 단일화 비화를 뒤늦게 공개했다.
홍 의원은 이 책에서 지난해 11월23일 문 후보측 이인영 공동선대본부장, 안 후보측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간 ‘특사 회담’에서 박 본부장이 ‘지지도 50%+가상대결50%’의 여론조사 방식을 최후통첩안으로 제시하며 “회담도 토론도 필요없다. 일점일획도 빼지 말고 이 안을 받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문 후보 캠프는 이를 받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문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조사된 당 자체 여론조사가 안 후보측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안 후보가 갑작스레 사퇴선언 기자회견을 했다고 홍 의원은 밝혔다.
캠프 비서실장이었던 노영민 의원은 이 책의 증언에서 “우리가 당 자체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이상으로 이기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을 알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고 했다.
익명의 단일화 협상지원팀장은 “민주당 조사처럼 안 후보가 진다면 미래가 불투명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했을 것”이라며 “서울시장 선거에 이어 또 양보했다는 명분을 세우면서 패배에 직면하는 상황을 만들지 말자는 판단을 내리는 것으로 추측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두 후보가 냉담하게 돌아섰던 11월22일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 회동 당시 문 후보는 ‘최소한 합리적 절차를 갖춰 단일화하자’고 제안했으나 안 후보는 ‘나에게 양보해야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다’고 계속 후보직 양보를 요구했다는 당시 한 공동선대위원장의 전언도 소개됐다.
홍 의원은 또한 지난해 12월2일 안 후보측이 선거지원의 조건으로 “안 전 후보가 이미 국민의 마음 속에 우리나라 미래의 대통령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문재인, 안철수가 새정치공동선언의 실천을 위해 필요하다면 완전히 새로운 정당 설립을 추진하고자 한다. 안 전 후보가 새로운 정치정당 쇄신의 전권을 갖고 정치개혁을 앞장서 추진토록 하겠다”는 점을 ‘담보’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당시 문 후보 캠프는 너무 무리한 요구라는 판단에 이를 수용하지 않았으며, 이후 12월14일 추가 채널 접촉을 통해 문 후보가 이후 실제 선대위에서 발언한 수준으로 재조율됐다는 게 홍 의원의 설명이다.
홍 의원은 또 12월5일 “적극적 액션을 취하는 게 좋겠다”는 안 후보측 인사의 제안으로 문 후보가 안 후보의 용산 자택을 찾아갔으나 문전박대 당했으며, 안 후보의 선거지원 결정 이후 공동유세 요청에 박 본부장이 “지지층이 다르기 때문에 두 후보가 같이 있는게 도리어 부작용이 될 수 있다”며 비협조적 태도를 견지했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단일화 협상 과정에 두 후보가 직접 통화하며 ‘핫라인’을 가동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단일화 협상과 관련, 홍 의원은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안 후보측 협상 태도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때로는 굴욕감까지 느꼈다”고 술회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