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국내기업 M&A 위축… 또 외국계 '독무대' 되나

한화, 대우조선 인수 무산 후폭풍<br>기업사냥 본격화땐 국부 유출·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br>中·日등 공격적 행보… 샌드위치 현상 심화 가능성도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무산된 후폭풍으로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은 가운데 외국계 자본이 국내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반면 유동성 경색으로 국내기업 간의 M&A는 갈수록 힘을 잃고 있다. 지금처럼 국내기업 간 M&A가 위축된 가운데 외국계 자본의 국내기업 사냥이 본격화할 경우 기술ㆍ자본 등 국부유출과 산업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반면 중국과 일본 등은 국내외 M&A를 통해 자국기업의 비효율을 줄이고 선진기업의 노하우를 전수받으면서 산업 경쟁력을 크게 끌어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 “또 한번의 한국기업 사냥기회 온다”=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 가운데 M&A형 투자는 44억2,600만달러로 전년보다 78.2%나 늘었다. 이는 지난 2004년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다. 반면 공장 설립, 영업시설 확충 등이 목적인 그린필드형 FDI는 72억7,900만달러로 전년보다 9.4% 줄었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이 활발해지면서 알짜기업이 매물로 나오고 원화 약세로 인수가격도 쌀 것으로 예상되자 관련 투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은 외국계 사모투자펀드(PEF)다. 세계 최대 PEF인 블랙스톤의 경우 이달 중 600만달러를 들여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최대 2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MBK파트너스도 올해 15억달러를 국민연금과 함께 투자한다고 이미 신고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중동계 자금 등 한국기업에 관심이 있는 곳들이 국민연금 등과 공동 투자하는 방안을 문의해오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쌍용건설ㆍ대우조선 등 국내기업 간 M&A가 잇따라 무산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국내 대기업들의 경우 외부 자금 조달을 통한 M&A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몇년간 M&A를 통해 외형확장을 해온 두산ㆍ금호 등 일부 대기업들의 경우 ‘승자의 재앙’에 빠져 유동성 경색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외국계 자본이 구조조정 기업들을 싼값에 사서 되팔아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겼던 외환위기 직후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우려된다. ◇중ㆍ일 사이에서 샌드위치 가속화 우려=반면 중국과 일본은 국내외 M&A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21일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한ㆍ중ㆍ일 국가 간 M&A 특징 비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M&A 시장은 30%나 위축됐지만 중국의 M&A 시장은 44% 증가한 1,59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눈에 띄는 점은 지난해 중국 현지기업 간 M&A도 39%나 늘었다는 점이다. 중국기업이 외국기업을 인수하는 ‘아웃바운드’는 64% 늘었다. 연구원은 “중국정부는 M&A시장 활성화를 자국기업의 비효율성을 줄이고 선진기업의 노하우를 전수받는 등 산업구조를 선진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역시 공격적인 해외 M&A에 나서고 있다. 외국기업이 일본기업을 인수하는 ‘인바운드’는 71% 감소했지만 아웃바운드는 200% 급증했다. 반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M&A 규모가 645억달러로 전년보다 35% 줄었다. 특히 지난해 한국기업 간 M&A는 284억달러로 전년(515억달러)의 절반 수준에 그친 반면 인바운드 M&A(외국기업의 한국기업 인수)는 36억달러로 25% 늘었다. 해외기업을 인수하기는커녕 우리나라 기업들이 오히려 인수 대상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중국과 일본이 해외기업 M&A에 적극 나섬에 따라 중국의 기술추격이 빨라지고 첨단기술 분야의 선진기업 인수에 주력한 일본은 우리와의 기술격차를 확대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우리나라의 기업 경쟁력이 중국에 쫓기고 일본에는 뒤지는 ‘샌드위치’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해영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해외 선진기업을 인수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국내기업만이라도 지켜야 한다”며 “국부유출 방지는 물론 기업 구조조정의 가속화를 위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시중 자금난 때문에 대책을 내놓아도 M&A가 성사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국내기업 간 M&A 활성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 앞으로 세제지원, 금융 인센티브 제공 등 지원책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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