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져야 산다』최근 국내 기업가에 생겨난 새 화두의 하나다. IMF라는 풍랑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뭉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라도 더 떼어내서 서로의 몸을 가볍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흩어지기 붐은 IMF 체제가 시작됐던 지난해 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현상이다. 「사내 벤처」 「MBO」(경영자 매수) 「스핀오프」(SPIN OFF·기업분할) 「스핀아웃」(SPIN OUT) 등과 같은 생소한 단어들이 이를 위한 대표적인 경영기법들이다.
MBO(MANAGEMENT BUYOUT)는 사업부나 계열사 임직원이 대기업으로부터 분리되는 사업을 인수하는 것. 임직원들이 회사를 떠나지 않고 신분을 유지한다는 점이 분사(分社)와 다르다.
사업팀소속 370명에게 물류사업권을 넘겨 「토로스」라는 법인을 설립한 삼성전자가 좋은 예다. 토로스는 자본금 1억원중 회사가 19%를 대고 나머지는 직원들이 부담했는데 앞으로 삼성전자가 생산한 가전제품을 전국에 공급하는 일을 담당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회사에서 사업과 사람이 한꺼번에 분리된 사례는 대우전자의 전광판 및 전자피아노사업부, 나래이동통신의 고객상담업무, 미래산업의 시험장비연구부서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사내 벤처는 회사가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임직원들을 선발, 자금·판매 등을 지원해 독립시키는 제도. 반도체 장비업체인 미래산업은 지난달 10명의 사원들이 낸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별도법인으로 분리했다. 이 회사에는 이 사업 외에도 반도체 검사장비 등 독립을 준비중인 팀이 5개나 더 있다.
스핀오프와 스핀아웃은 생산, 판매 등 기업기능의 일부를 별도법인으로 분할해 몸집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스핀아웃이 스핀오프 보다 독립성이 약하다. 쌍용양회가 동해공장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 알짜회사로 만든 것이 스핀오프의 대표적인 사례다. LG전자가 액정화면 사업부를 반도체사업부로 부터 분리해 별도법인화한 것도 같은 맥락.
(주)메디슨은 홍보, 고객관리, 마케팅 등 핵심부서를 제외한 4개 부문을 독립(스핀아웃)시켜 상호경쟁을 유도해 매출액과 이익을 한꺼번에 높이는 성가를 올렸다.
이들 신경영 기법은 이름은 서로 다르지만 목적은 한 가지다. 한계사업이나 과잉인력을 효과적으로 정리해 몸무게를 줄이고 같은 계열사끼리도 경쟁을 시켜 원가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비용절감 노력이 없으면 IMF의 높은 파고를 넘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 제도는 기업입장에서 한계사업과 과잉인력을 무리없이 정리하거나, 외국기업에 매각하는 등의 장점이 있다. 종업원의 입장에서도 명예퇴직이나 실업 등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나아가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핵심사업을 제외한 전 부문에 대해 MBO제를 도입하는 것이 기본방침』이라며 『관리, 지원 등 스태프업무를 중심으로 광범위한 MBO가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민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