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당국 규제에 급변하는 채권시장

●일반은행채 비중 반토막으로 뚝<br>예대율·가계대출 억제로 특수채보다 잔액 적어<br>당분간 감소세 지속될듯


금융 당국의 고강도 규제가 채권시장에 강한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채권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고 할 정도다. 특수은행채 잔액이 일반은행채를 넘어선 데 이어 일반은행채가 전체 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고점 대비 반토막 이하 수준으로 급감했다. 정부가 가계대출 억제 및 예대율 규제가 몰고 온 여파다.

4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특수은행채 잔액은 84조3,260억원으로 일반은행채(84조590억원)보다 2,670억원 많다. 특수채가 일반 은행채 규모를 넘어서는 것은 두 달 연속이다. 특수은행채 잔액이 일반은행채를 넘어서기는 2001년 11월 이후 11년 만이다.


이에 따라 일반은행채가 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3월 말 현재 비중은 5.9%로 전고점이었던 2007년 11월(13.0%)에 비해 반토막 이상으로 줄었다.

은행채는 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아파트 투자가 활발할 때 주로 발행된다. 예금만으로 대출수요를 맞추지 못한 은행이 자금조달 대안으로 은행채를 발행하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 2007년 사이에 일어났던 일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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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해인 2005년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3개월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3%대에 머물자 자금이 일시적으로 아파트 투자로 몰렸다. 은행은 넘쳐나는 대출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은행채를 대거 발행했다.

그 결과 2005년 말 72조2,840억원에 머물던 일반은행채 잔액은 2006년 말 94조8,220억원, 2007년 말 120조3,780억원으로 급증했다. 상황이 이렇자 기관투자가들이 은행채를 사고 싶어도 투자한도가 소진돼 사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정부가 가계대출 억제 및 예대율 규제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예대율은 대출을 예금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이 비율을 억제하면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 받은 한도 내에서 대출을 해줄 수밖에 없다. 은행의 채권발행이 급감한 것도, 또 발행하더라도 유가증권 투자용도에 집중돼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예대율 규제가 부활하면서 '선대출 후조달'이던 영업패턴이 '선조달 후대출'로 변했고 이는 일반은행채 잔액 감소에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예대율 규제를 받지 않는 특수은행은 사채발행을 통해 필요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절대규모가 늘지는 않았지만 종전처럼 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일반은행과의 격차가 좁혀졌다. 특수은행 중 사채발행에 가장 적극적인 산업은행의 경우 올 3월 말 현재 사채발행 잔액은 29조4,20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조3,980억원가량만이 늘었다.

특수채 잔액 역전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 정부의 예대율 규제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다 부동산경기도 침체돼 대출수요도 정체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혁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여건을 감안할 때 예대율 규제가 다시 완화될 가능성은 낮다"며 "일반은행채 잔액의 감소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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