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2·4분기 부실이 많게는 3조원을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금융위원회·산업은행, 이밖에 채권은행 등 구조조정 주체들이 지원 방안을 두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주장하는 자율협약은 실현 가능성이 낮을 뿐 아니라 대주주로서의 책임을 피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은 물론 채권 은행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책임주체인 금융위·산은·수은 등 채권은행이 구조조정 방식을 두고 각자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이견을 내고 있다.
당초 산은 내부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손실을 털어내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율협약이 유리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자율협약과 유상증자 방식에서 가장 큰 차이는 산은의 역할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자율협약에 들어가 신규자금지원을 받게 되면 산은은 수은·농협은행·국민은행 등과 같은 채권단 중 하나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은행권의 대출 및 보증액 14조6,000억원 중 산은이 가진 2조4,000억원만큼만 그 비율로 자금지원에 참여하면 된다. 전체 채권액 중 14.6%가 산은의 부담 비율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당국에서 말하는 유상증자 방식이 되면 산업은행은 채권단 중 일부가 아니라 대주주 자격으로 단독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된다. 유상증자를 하게 되면 산은의 부담이 절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산은이 자율협약을 염두에 둔 근거 중 하나는 다른 기업과의 형평성이다. 산은이 48.1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STX조선해양은 경영악화와 자본잠식 등으로 지난 2013년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산은 관계자는 "STX조선해양, 동부도 각각 자율협약, 워크아웃으로 갔는데 형평성에 맞춰 자율협약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물론 채권단에서도 자율협약 방식은 산은이 책임론을 피해가기 위한 수단이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부행장은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최고재무책임자(CFO)까지 파견해 관리 중인 상황에서 부실이 나니 은행권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산은의 책임 회피"라고 말했다.
수은 역시 자율협약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수은은 성동조선 자금지원으로 신규 지원 여력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까지 떠맡을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수은은 대우조선해양에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8조3,000억원의 여신을 제공한 최대 채권기관으로 은행권 여신액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자율협약으로 인한 신규자금을 대출할 경우 이 비율대로 수은은 신규대출의 거의 50%를 부담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도 이와 관련, "자율협약으로 가려면 산은이 수은과 다른 은행 한 곳의 동의를 더 받아야 한다"며 "지금 상황에서 자율협약에 동의할 채권은행이 어디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당국 안팎에선 최소한 유상증자 2조원, 신규 대출 1조원, 선수금환급보증(RG) 2조원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의 현재 자본금은 4조6,009억원 수준으로 올해 2·4분기 추정 손실을 반영하더라도 자본잠식은 아니지만 자기자본은 절반 가까이 줄어 현행 300%대의 부채비율이 600%대로 높아진다. 부채비율이 600%대로 치솟으면 금융권으로부터 RG를 받기 어려워 신규 수주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율협약은 협의 주체가 많아져 협의 시간이 길어지는 데다 지원 내용도 합의를 보기 어려워 대우조선해양에는 적합한 방식이 아니다"라면서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유치하도록 해 부채비율 등을 낮추는 방안이 가장 빠른 지원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