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당국의 경기전망이 한층 무거워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가라앉은 내수가 여전히 미약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와 엔저 현상 심화 등의 대외여건이 나빠지면서 연말 우리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는 11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소비·투자 등 내수 회복세가 공고하지 못해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선 내수를 결정짓는 소매와 투자지표가 다시 나빠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4분기 민간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1.6% 늘었다. 하지만 10월 들어 소비가 다시 위축되는 모습이다.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액이 9월에 이어 여전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인데다 단통법 시행으로 휴대폰 번호이동자 수도 감소했다. 다만 휘발유 판매량과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이 증가하는 등 비내구재 일부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9월 전년 동기 대비 12.7%로 대폭 증가했던 설비투자도 10월 들어 다시 감소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계류 수입이 줄어드는 등의 요인으로 10월 설비투자지표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10월 광공업생산은 자동차 업계 파업 영향 감소로 인한 상방 요인과 대외 불확실성 확대 등 하방 요인이 상존한다"며 생산지표도 나빠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대외여건도 나빠지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와 함께 일본 통화당국이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엔화 약세로 인해 우리 기업의 수익구조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세계 3대 경제권인 유로존의 경기상황도 좋지 않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내외 경제동향과 시장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대외 충격에 대한 선제적 시장 안정 노력과 리스크 관리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며 "이와 함께 구조개혁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