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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가 농가의 전원풍경, 외부활동을 묘사할 때는 농업 자체에 주목하는 경향이 컸지만 가정집 내부를 그릴 때는 가사노동을 눈여겨봤다. 그중 하나가 음식을 만드는 일이었고 특히 버터를 제작하는 장면을 여러 점 그려 남겼다. 당시 버터라는 식재료는 사치품이라 불릴 정도로 고가였다. 그렇다면 이 젊은 여자는 왜 버터를 만들고 있는 것일까. 여인의 뒤로 줄지어 놓인 항아리가 유난히 큰 것으로 미뤄 보자면 여인이 만드는 버터는 집에서 가족이 나눠 먹기 위한 것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대량으로 만들어 내다 팔기 위한 버터일 가능성이 높다. 즉 이 작품은 농촌생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일종의 '기업정신'을 보여준다. 종이에 물감으로 같은 주제의 그림을 여러 점 그린 밀레는 등장인물을 '노르망디의 우유 짜는 여자들'이라고 언급하며 우유를 저어 버터를 만드는 여인 그림이 노르망디 지역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지금도 부드럽기로 유명한 노르망디산 버터의 전통이 이미 그때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 '밀레, 모더니즘의 탄생(Millet, Barbizon & Fontainebleau)'전은 오는 5월10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