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1인가구 부쩍 늘고 식생활 서구화… '밥=주식' 공식 깨져

■ 러브미 투게더 <1> 쌀 외면하는 대한민국

"챙겨먹을 여유 없다" 젊은층 집밥 대신 외식<br>조리시간 긴 한식 보다 간편식 선호도 한몫

바쁜 일상과 1인 가구 증가 등의 여파로 집밥을 외면하는 식문화가 퍼지고 있다. 맥도날드 노량진점에서 남성 고객들이 출근 전 ''맥모닝''으로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사진제공=맥도날드


# 서울 대치동에서 홀로 자취하는 20대 직장인 최희진(가명)씨는 '빵' 마니아다. 바쁜 출근 시간에는 빵 한 조각으로 끼니를 때우기가 일쑤고 저녁도 간단히 샌드위치 등으로 해결할 때가 다반사다. 최씨는 "쌀밥을 먹을 때는 동료들과 밖에서 가정식 백반을 사 먹는 점심 식사가 유일하다"며 "준비시간도 부족하고 같이 먹을 사람도 없다 보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빵 애호가가 됐다"고 말했다.

# 올해 '몸짱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김태진(33·가명)씨는 쌀밥을 멀리한다. 다이어트를 위해 아침과 점심은 닭가슴살·샐러드 등을 넣은 단백질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저녁 메뉴도 고구마·감자·옥수수 등이 전부다. 김씨는 "쌀밥은 다이어트의 적이라는 트레이너의 조언에 따라 몇 달간 식이요법에 전념 중"이라며 "주위 친구들만 봐도 건강을 챙긴다는 이유로 쌀밥보다는 퀴노아나 렌즈콩·귀리 등을 섞은 곡물밥을 주로 먹는다"고 설명했다.

해마다 쌀 소비가 급격히 줄면서 '밥=주식'이라는 오랜 식문화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1인당 1일 쌀 소비량은 178.2g으로 밥 한 공기가 120~130g이라는 점에서 하루 한 끼만 밥으로 해결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시 세끼 쌀밥'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도 이미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전문가들은 쌀 소비가 줄어드는 주요 요인으로 사회의 변화를 꼽는다. '보릿고개'를 걱정하던 1950~1960년대와 달리 생활이 풍족해진데다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쌀이 주식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밥과 국·반찬으로 이뤄진 오첩반상보다 파스타·피자·햄버거 등을 선호하면서 '쌀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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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쌀과 달리 육류 소비량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42.7㎏으로 5.2㎏에 불과했던 1970년대보다 8배 이상 급증했다. 1.2㎏에 그쳤던 소고기 소비량은 10.3㎏으로, 돼지고기는 2.6㎏에서 20.9㎏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닭고기 소비량도 1.4㎏에서 11.5㎏으로 껑충 뛰었다. 육류가 주류인 서구 음식의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고희종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 교수는 "시대가 변하면서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식탁 풍경도 바뀌고 있다"며 "삶이 풍족해지자 외식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쌀밥보다는 햄버거·파스타·피자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쌀 소비가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1~2인 가구가 늘고 맞벌이가 보편화되는 등 삶의 모습이 바뀌고 있는 점도 쌀 소비 감소의 원인이다. 이들은 '귀찮다'거나 '편한 게 좋다'는 이유로 자주 외식을 하거나 간편식을 사 먹는 경우가 늘면서 집에서 잘 차려 먹는 모습은 구경하기가 힘들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1인 가구는 총 222만가구로 전체(1,431만가구)의 15.5%였는데 2005년에는 317만가구(20%)로 크게 늘었다. 2010년에는 414만가구로 23.9%까지 치솟으면서 전체 5곳 중 한 군데가 1인 가구가 됐다.

바쁜 일상으로 아침 식사를 거르는 세태도 밥이 식탁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보건복지부가 2013년 시행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침 식사 결식률이 가장 놓은 연령대는 19~29세로 40.1%에 이른다. 대학 입학이나 회사 취업 등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이 2명 중 1명은 아침 식사를 거르고 있는 셈이다. 청소년층인 12~18세(33.1%)와 직장인인 30~49세(27.7%) 연령대도 바쁘다는 이유로 아침 식사를 챙기지 않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의 이점식 박사는 "쌀밥이 주였던 집밥의 개념이 사라진 데는 1~2인 가구 증가 등 사회변화와 연관이 깊다"며 "준비시간이 긴 한식보다 간편한 음식을 찾고 있는데다 업체들이 1~2인 가구를 겨냥해 다양한 간편식을 내놓으면서 한식의 개념조차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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