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 병기가 시작될 경우 적정 한자 수는 300~600자 내외가 바람직하다는 국가교육과정 개정연구위원회의 의견이 나왔다. 초등학생이 배우게 될 한자의 규모가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다음달 한자 병기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앞두고 각계의 입장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어 결론 도출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국가교육과정 개정연구위는 24일 충북 청주시 한국교원대에서 열린 '초등학교 한자 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청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경자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 위원장은 주제 발표에서 초등학교의 적정 한자 수에 대해 "교사는 300자 이하, 학부모는 300~450자, 한문 단체는 600자 정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이에 따르면 초등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적정 한자 수는 대체로 300~600자 정도"라고 말했다. 현재 중학교 기초한자는 900개로 이 중 일부 한자를 초교 수준으로 확정해 교육하겠다는 뜻이다. 국가교육과정 개정연구위는 한자 병기 문제 등을 포함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개편을 주관하고 있어 위원회의 제안은 사실상 교육부의 초안에 해당한다.
한자를 수록하는 방식으로는 각계의 의견을 반영해 총 네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한자어 옆에 괄호를 두고 한자를 병기하는 방식, 교과서 날개나 각주에 한자를 제시하는 방식, 단원 말미에 주요 학습을 제시하면서 한자를 설명하는 방식, 그림과 한자를 함께 제시하는 방식 등이다.
김 위원장은 "병기된 한자와 관련해 사교육이 유발되지 않도록 평가를 하지 않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혀 한자 교육이 별도의 평가 등 시험과는 무관할 것임을 강조했다. 최근 교육부도 초등학교 한자 교육을 비교과 시간인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자 병기를 시작할 학년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관련 지침에 따라 현재 초등학교 3학년 이상 도덕·사회·수학 교과서에서 일부 한자가 보충심화학습이나 삽화 설명 등의 방식으로 병기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새 교육과정의 한자 교육도 비슷한 수준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교 교과서의 한자 병기문제는 지난해 9월 첫 발표된 '2015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 포함되면서 학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한자 교육을 찬성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한글 단체 관계자 등이 맞서며 행사가 30여분간 지연되고 연신 고성이 오가는 등 파행이 빚어졌다.
교육부는 국가교육과정 개정연구위가 제시할 방안을 토대로 다음달 초등학교의 한자 활성화 방식을 확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