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컵' 동어 반복… '라운딩'은 '라운드'가 바람직
골프는 스코어와 매너로 평가를 받지만 골프용어 역시 또 하나의 평가 기준이 된다.
용어가 인격이나 동반자로서의 점수를 나타낸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제대로 된 용어를 가려 쓰는 노력은 기본 에티켓이다. 또 올바른 골프문화 정착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잘못 사용되고 있는 주요 골프용어들을 정리했다.
▦'홀컵'은 동어 반복=홀과 컵을 겹쳐 쓰면 '늙으신 노부모'나 '역전 앞'처럼 같은 말을 되풀이 하는 모양새다. 홀이나 컵과 같이 하나만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티업'과 '티오프'=티업(tee up)은 티 위에다 볼을 올려놓는 행동을 뜻하고 티오프(tee off)는 골프 경기 시작을 뜻한다. 라운드의 첫 티샷을 한다는 뜻으로 사용할 때는 티오프가 맞다.
▦'라이'와 '라인'=라이(lie)는 볼이 놓인 곳의 상태이고 라인(line)은 그린에서 볼이 홀까지 굴러갈 길을 말한다. '퍼트 라이를 살핀다'는 '퍼트 라인을 살핀다'가, 볼이 디보트 자국이나 까다로운 경사지에 놓인 경우는 '라이가 나쁘다'라는 말이 옳다.
▦'빳따'는 이제 그만=퍼터는 퍼트를 할 때 쓰는 골프채의 하나다. 퍼터도 빳따, 퍼트도 빳따라고 발음해야 직성이 풀리는 골퍼들이 많다. 일본식 발음의 용어는 이제 그만 쓸 때가 됐다. 이밖에 '라운딩'은 '라운드'가 바람직하다. 볼이 떠서 날아간 거리(캐리)만을 뜻하는 '비거리'와 떨어진 뒤 굴러간 거리(런)까지 합친 '샷 거리'를 구분해 말하는 것도 세련된 표현이다.
■ 최다타수 기록은
18홀 316타… 파3홀 166타…
기록으로 남겨진 18홀 라운드 최다 타수는 1988년 프랑스에서 세발리에라는 골퍼가 일일이 기록한 316타다. 홀당 17.55타를 친 셈이다.
191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쇼니여자초청골프대회 예선에서 한 골퍼는 130야드 파3홀에서 무려 166타를 기록해 한 홀 최다 타수 기록을 남겼다. 티샷한 볼이 흐르는 강물에 빠져 떠내려갔고 선수로서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남편 손에 이끌려 보트를 타고 간 그녀는 2.4km나 내려간 곳에 멈춰선 볼을 숲을 가로질러 쳐내며 코스로 돌아왔던 것.
한 홀 최다 퍼트 기록은 영국 서섹스주에서 있었던 한 대회에서 루이스라는 골퍼가 작성했다. 그는 무려 156차례의 퍼트로도 결국 홀아웃 하지 못했다는 기록이 있다. 1938년 US 오픈 2라운드 때 레이 에인슬리라는 골퍼는 파4의 16번홀을 19타 만에 끝내 메이저대회 한 홀 최다 타수 기록을 남겼다.
24시간 동안 걸어서 플레이 한 최장 라운드는 1971년 당시 35세의 콜스톤이라는 사람이 캐나다 빅토리아의 벤디고GC에서 세운 401홀(22라운드+5홀)이다.
■ 그랜드슬램
단일 시즌 안에 4개 메이저대회 석권해야
원래 테니스에서 사용되던 용어지만 골프 등 다른 종목에서도 쓰이고 있다.
골프에서 엄밀한 의미의 그랜드슬램은 한 해에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것을 말한다. 프로골프 투어에서 누구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기 때문에 시간과 상관없이 4개 대회 우승컵을 모두 차지하는 것을 그랜드슬램이라고 부르지만 '커리어(생애ㆍ통산) 그랜드슬램'이라는 말로 구별한다.
타이거 우즈(37ㆍ미국)의 경우 2000년 시즌 2~4번째 메이저대회와 2001년 시즌 첫번째 메이저대회를 내리 우승해 '타이거슬램'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남자골프 4대 메이저대회는 마스터스ㆍUS 오픈ㆍ브리티시 오픈ㆍPGA 챔피언십이다. 여자골프의 경우 나비스코 챔피언십ㆍLPGA 챔피언십ㆍUS 여자오픈ㆍ브리티시 여자오픈에다 2013년부터 에비앙 마스터스를 추가해 메이저대회는 5개가 된다.
■ 바이런넬슨 상·베어트로피
평균타수 1위에게 주는 상
각각 미국 PGA 투어와 LPGA 투어의 평균타수 1위를 차지한 선수에게 주는 상을 말한다.
모두 사람의 이름을 딴 트로피로 PGA 투어의 경우 최소 50라운드, LPGA 투어의 경우 최소 70라운드 이상 공식대회에 출전해야 수상 자격이 있다.
평균타수 부문은 전반적인 기량을 보여주는 통계이기 때문에 상금랭킹 못지않게 중요시된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는 평균타수 1위 선수에게 한국인 최초 프로골퍼 고(故) 연덕춘 선생의 이름을 딴 덕춘상을 수여한다.
■ 클럽 수 제한
1936년 영국골프협회서 14개 제한규칙 만들어
정규 경기에 선수가 가지고 나갈 수 있는 클럽의 수는 14개로 제한된다.
이 제한은 1936년 미국의 로슨 리틀이라는 선수 때문에 생겨났다. 리틀은 1934년 브리티시 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가 캐디에게 특별 요금을 청구 받았다. 우드 5개, 아이언 18개가 든 무거운 골프백을 같은 요금으로 멜 수 없다는 것이 당시 캐디의 주장. 결국 리틀은 특별 요금을 냈지만 23홀 합계 10언더파의 놀라운 성적으로 우승했다.
이를 계기로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클럽 수 제한을 공론화했다. 당시 영국에서는 대부분 10개 안팎의 클럽을 가지고 다녔지만 미국의 경우 프로가 25~26개, 일반 골퍼들도 20개 정도의 클럽을 넣고 다녔다. R&A는 "골프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의 힘으로 자연을 극복하는 운동"이라며 1936년 골프클럽 14개 제한 규칙을 마련했다.
이와 관련해 골프규칙은 14개를 초과했을 경우 스트로크플레이 때는 반칙을 한 홀마다 2타를 부가하되 1라운드당 최고 4타를 한도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칙 위반을 발견한 때 즉시 불사용 선언을 해야 하고 그 후 플레이어는 그 라운드 중 그 클럽을 사용해서는 안 되며 위반 시는 실격된다.
■ 스루 더 그린이란
티잉그라운드·그린·해저드 뺀 나머지 지역
골프경기 중계방송이나 레슨 서적을 보다 보면 스루 더 그린(through the green)'이라는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스루 더 그린이란 현재 플레이 하는 홀에서 티잉그라운드와 그린, 해저드(벙커 포함)를 뺀 나머지 지역을 말한다. 요컨대 페어웨이와 러프를 말한다.
이는 예전에 그린이라는 말이 골프코스를 의미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러브 오브 더 그린(rub of the green)이라는 용어도 있는데 이는 코스의 방해자라는 뜻이다. 움직이는 볼이 국외자에 의해 갑자기 방향이 바뀌거나 멈추는 것을 말한다.
■ '마크'와 '마커'
마크- 볼 집어들기 전 위치 표시 행동
마커- 마크할 때 지면에 놓는 표시물
A 과장의 퍼트가 홀을 1m 넘게 지나치자 동반자인 B 과장은 "마크(mark)"라고 말한다. A 과장은 한참 주머니를 뒤지다 "아, 마크가 없네"라며 은근히 컨시드(일명 OK) 받기를 기다렸다.
친절하지는 않았지만 용어 사용에서는 B 과장이 정확했고 A 과장은 틀렸다. 마크는 볼을 집어올리기 전 볼의 위치를 표시하는 행동을 말하고 마커(marker)는 마크를 할 때 지면에 놓는 동전 등의 표시물을 말한다. A 과장은 "마커가 없네"라고 해야 했다.
볼 마크는 볼 낙하에 의해 그린 표면에 생긴 자국을 가리키기도 한다. 또 마커는 이쪽의 스코어를 적는 동반 경기자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다음 문장을 참고하자. "그린에 생긴 볼 마크를 수리하고 볼을 볼 마커로 마크했다. 동반자인 마커의 것과 혼동되지 않도록 색깔이나 모양이 다른 볼 마커를 사용하는 게 좋다."
■ '드롭'과 '플레이스'
드롭- 규칙에 의해 볼 떨어뜨리는 행위
플레이스- 볼 집어올려 일정 지점에 놓는것
라운드 중 구제를 받을 상황이 발생했을 때 드롭, 플레이스, 리플레이스 등을 구분하지 않으면 벌타를 받을 수 있다.
드롭은 규칙에 의해 볼을 떨어뜨리는 행위다. 플레이어 자신이 해야 한다. 똑바로 서서 볼을 어깨 높이까지 올려서 팔을 완전히 편 채로 놓아야 한다. 다른 사람이 드롭하거나 잘못된 방법으로 드롭한 경우 그 잘못을 시정하지 않으면 플레이어에게 1벌타가 가해진다.
플레이스는 규칙에 의해 볼을 일정 지점에 놓는 행위다. 볼을 집어올려서 볼이 있던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 드롭하는 대신 놓는 것이다. 예컨대 멎지 않은 볼을 멎을 수 있는 곳에 플레이스한다고 할 때 쓰인다. 플레이어나 그 파트너가 해야 한다.
리플레이스는 규칙에 의해 볼을 집어올리기 전에 볼이 있던 장소에 다시 놓는 것을 말한다. 그린에서 마크하고 집은 볼을 원위치에 놓을 때 리플레이스하는 것이다. 리플레이스 때는 반드시 마커로 마크를 하는 행위가 따라야 한다.
◆"포어"를 외쳐 주세요
"볼, 볼!!"
골프코스 여기 저기서 울려 퍼지는 이 소리의 정체는 뭘까. 볼이 앞 조를 향해 날아가거나 옆 홀에 있는 플레이어가 볼에 맞을 위험이 있을 때 외치는 경고의 소리다. "볼 날아가요" "조심해요" 정도의 뜻이다. 프로골프 대회에서도 선수가 친 볼이 갤러리 쪽으로 향할 때 손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포어'를 외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원래의 골프용어는 '포어(Fore)'다. 앞을 조심하라는 'Lookout before'나 'Beware before'에서 단축됐다는 말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볼'이라고 소리치는 게 일반화됐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의 골프규칙을 대한골프협회가 번역 발간하면서 공연히 손을 댄 것도 '포어'가 '볼'로 둔갑한 원인이 됐다. 규칙 1장(에티켓)의 안전 항목에서 위험 상황의 관례적인 경고 발언은 '포어'라고 돼 있지만 '볼'로 번역을 했던 것이다. 일본에서는 선수나 캐디가 '화아'하고 소리지르는 것을 볼 수 있다. 포어의 일본식 발음이다.
골퍼 입장에서는 골프용어의 어원보다 안전이 중요하다. '포어'든 '볼'이든 '조심하세요'든 사람이 맞을 위험이 있는 방향으로 볼을 쳤을 경우에는 반드시 경고를 해야 한다.
◆'파3ㆍ파4ㆍ파5'홀이라 불러야 옳아
파3 대신 쇼트 홀, 파4는 미들 홀, 파5는 롱 홀이라고 말하는 골퍼가 많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말들은 국적 불명의 잘못된 용어다.
230야드의 파3홀에 도달한 김 사장의 표현이 재미있다. "와, 무지하게 긴 롱 홀이구먼." 따끈한 아이스 커피 같은 모순이 발생한다. 또 최근 파6는 물론 파7짜리 홀도 종종 등장하는데 이런 홀은 롱롱 홀이라고 불러야 하는 걸까.
통상 파3홀의 경우 250야드 이하(이하 레귤러 티잉그라운드 기준), 여성용 티를 기준으로 210야드 이하로 제한한다. 파4홀은 251~470야드(여성 211~330야드), 파5홀은 471야드 이상(여성 331~489야드)이다.
파3홀 중에서도 파4에 가깝게 긴 홀이 있고 파5이지만 파4홀만큼 짧은 홀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기준타수(파)는 난이도에 따라 결정된다. 물론 길이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지만 워터해저드나 벙커, 지면의 고저 차 등도 난이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 때문에 롱, 미들, 쇼트 홀 등으로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