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당국의 허술한 의약품 관리체계가 문제를 키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얀센 화성공장에서 만드는 42개 의약품의 제조ㆍ품질관리 실태 전반을 조사한 결과 타이레놀ㆍ니조랄액 등 5개 품목에서 약사법 위반사실이 적발됐다고 16일 밝혔다.
이번에 새로 위반 사항이 적발된 비듬약 니조랄액과 진통제 울트라셋정은 지난해 생산실적이 각각 63억원, 247억원에 이를 정도로 널리 쓰이는 약품이다.
어린이타이레놀현탁액과 니조랄액의 경우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수동 방식으로 제품을 만드는 등의 문제가 발견돼 4~5개월의 제조 정지 처분을 받았다.
울트라셋정, 파리에트정(위장약), 콘서타 오로스서방정(행동장애치료제) 등은 설비를 바꾼 뒤 새로운 공정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의무를 어겨 1개월 제조 정지를 당했다. 식약처는 한국얀센 화성공장에서 제조된 제품들을 수거해 실제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지 6월 말까지 조사할 예정이다.
김상봉 식약처 의약품품질과장은 "의약품 제조 관리의 기본도 안 지켰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며 대표이사 고발 등 강력한 대처의 배경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식약처의 부실한 관리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당국은 지난해 5월 한국얀센 실태를 조사했음에도 문제를 밝혀내지 못했다. 또한 정기약사 감시로 불리는 실태조사를 어느 정도 주기로 실시할 것인지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다. 한국얀센과 같이 규정을 어기는 업체가 있어도 문제를 제때 적발하지 못하는 구조인 것이다.
윤경숙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정책위원은 "실태조사를 했는데도 총체적 부실을 발견하지 못한 사실은 조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의약품 제조 기본을 위반해도 1~5개월 제조 중단에 그치고 세 번 더 적발돼야 품목허가가 취소되는 등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라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 매출액의 5%에 달하는 과징금을 매기는 등 강력한 제재가 있어야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