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상황에서 취해졌던 비정상적인 경제정책을 정상화하는 '출구전략(Exit Strategy)'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탄생한 신관치도 경제회복에 따라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뿌리내린 신(新)관치의 힘은 위기의 정상화 단계에서도 여전히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정부의 개입은 시장 왜곡과 실패 상황에서는 정당성을 가진다. 하지만 정부의 시장 개입이 장기화되며 자칫 민간의 의사결정을 관이라는 한 곳에만 의존하는 쏠림현상이 나타날 경우에는 더 큰 비효율성을 낳을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시장은 불확실성과 시장의 왜곡에 정부의 개입을 원했지만 위기의 정점을 지난 회복단계에서는 의사결정권을 돌려주기를 바라고 있다. 장용성 미 로체스터대 교수(연세대 언더우드 특훈교수)는 "정부 정책이 좋은 동기에도 불구하고 의도한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는 시장 원리를 무시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직도 여전한 '관치 의식'=이명박 정부에서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 대통령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최근 "환율 효과가 없었다면 삼성전자 현대차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이익창출에 기여한 환율 효과를 인정하다고 해도 이 같은 언급의 배경에는 금융위기 극복의 주역은 정부이고 기업은 정부 정책집행의 혜택을 봤을 뿐이라는 '정부 만능주의'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강 위원장에 앞서 초대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을 지낸 사공일 한국무역협회장까지 "어떻게 최근 한국 경제의 선전을 환율로만 설명하겠느냐"며 반박할 정도다. ◇시장에 끈을 놓아줄 때=지난 1월 2기 경제팀의 등장에 대해 세간에서는 위기상황인 만큼 관치의 부활을 말하기에는 성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8월 개각을 본 사람들은 관치의 부활이 아니라 이제는 '관치 굳히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고 말한다. '친시장 작은 정부'의 MB노믹스는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의 금융관료)가 전면에 등장하며 물 건너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무조건 팔을 비틀고 보는 예전 방식의 관치는 아니지만 정부의 시장 개입 강도가 높을수록 시장은 석회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정부 개입의 필요성과 관료들의 '관치기술'이 활용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상황에서 벗어나면서 시장에 자율의 끈을 놓아줄 타이밍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10년간 과잉 수입된 시장 만능주의의 병폐도 심각하지만 오래 누적된 관치경제의 폐단도 씻어내야 한다" 고 지적했다. ◇MB노믹스 초심으로='MB식 신관치'는 과거 정권과는 다르다. 과거 정부처럼 일방통행식 요구를 하지 않는다. CEO 대통령답게 거래를 한다.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및 수도권 규제완화와 같은 대기업의 '민원'을 들어주는 대신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요구한다. 그러나 금융위기와 '친서민정책'의 탄생으로 이러한 'MB식 신관치'의 쌍방향성은 희석되면서 지시와 통제의 '일방통행식'관치가 일반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MB노믹스의 기본은 규제완화와 감세를 통한 성장이다. 성장의 주체는 민간이다. 정부는 민간의 성장을 위해 규제를 풀고 세금을 낮춰 성장의 기반을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결코 MB노믹스의 주체는 관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정치인과 고위관료들의 독점물이던 공항 귀빈실을 기업인들에게 개방하고 기업인들이 직접 휴대폰으로 대통령과 통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기업인을 우대하고 대통령과 직접 의사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관료배제, 민간ㆍ시장자율 중시'라는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일로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공항의 기업인 전용 라운지를 이용하는 기업인들이 몇이나 될까. 국감자료에 따르면 최근 공항의 기업인전용라운지(CIP)를 이용하는 기업인들은 하루 28명에 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