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정부안을 둘러싼 청와대와 보건복지부의 갈등을 진 장관이 직접 시인한 것이다.
진 장관은 특히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는데 반대했고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런 뜻을 청와대에도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제가 반대해왔던 기초연금안에 대해 제가 장관으로서 어떻게 국민을, 국회와 야당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면서 “이것은 양심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지난 7월 국민행복연금위원회의 합의사항을 바탕으로 기초연금 정부안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복지부는 행복연금위원회가 검토한 여러 가지 모델 가운데 소득과 재산에 따른 차등지급 방식을 지지하는 쪽이었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 지급액을 줄이는 연계방식은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 국민연금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된다.
복지부 직원들과 연금 전문가들은 이런 장단점을 장관에게 설명했고 진 장관 역시 이런 의견에 공감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소득하위 30%는 월 20만원, 소득하위 30~50%는 월 15만원. 소득하위 50~70%는 월 10만원을 주는 방안을 마련해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수령액을 줄이는 연계안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청와대는 지난 8월초 새로 기용된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을 중심으로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했고, 여기에는 재정부담을 줄이기는 원하는 기획재정부도 같은 입장속에 가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연금 전문가는 “두 연금을 연계해도 총액면에서 국민연금 장기가입자가 유리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국민연금 제도 특성 덕분이지 기초연금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며 “재정 지속성에 문제가 있는 국민연금이 제도 개혁을 하게 되면 결국 미래세대의 부담이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진 장관은 청와대에 두 연금을 연계할 때 생기는 문제점을 몇차례 설명했으나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쪽의 반대에 부딪치면서 좌절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으로 보여진다.
진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사퇴 배경을 설명하며 “두 연금의 연계 방안이 결정되게 되면 나는 장관을 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직원들한테도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그 안으로 결정되면 내가 장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고 했다.
지난 8월30일 진 장관은 기초연금 정부안과 관련해 소득·재산에 따른 차등지급안을 박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지만 청와대는 며칠만에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안을 결정해 복지부에 통보했다.
진 장관은 이 때부터 장관직 계속 여부를 고민했고 이달 초순 결국 자신의 소신과 다른 안으로 국민을 설득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사우디아라비아 출장 중 언론을 통해 기초연금 논의 과정에서 책임을 느껴 사퇴를 검토한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진 장관은 24일 현지에서 기자들에게 “보름전에 그런 생각을 하고 주변에 말한 건 맞다”고 시인했다.
진 장관은 귀국 후 정홍원 총리의 만류에도 27일 이메일로 사의를 공식화 했다. 이후에도 정 총리가 대통령의 의중을 거론하며 업무 복귀를 촉구했지만 진 장관은 이날 “쉬고 싶다”면서 “이제는 물러날 수 있게 허락해주셨으면 한다”고 청하기까지 했다.
진 장관의 사퇴와 그 배경 설명은 복지부의 수장이 기초연금 정부안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모양새여서 기초연금 정부안을 추진해야 할 청와대와 정부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기초연금 정부안에 대한 여러 가지 논란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은 이날 “국민연금은 국민연금법에 따라 이미 받도록 돼 있는 것을 아무런 변화없이 그대로 모두 다 받으면서 거기에 기초연금을 추가로 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하면 할수록 총 연금이 더욱 많아져서 이득을 보게된다”고 말했다.
기초연금 정부안 발표 후 제기된 ‘국민연금 장기가입자 불리 논란’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적극 해명한 것이다.
최 수석은 또 “이번에 정부가 도입하려는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제도와 연계를 해서 기초연금의 장기적인 재정지속을 담보할 수 있게 하고, 후세대 부담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좋은 장점이 있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