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적어도 내년 1월15일까지 금융권에 (3개월 이하) 단기 유동성을 고정금리로 계속 공급할 것”이라며 “경기상황이 악화되면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는 또 “일부 위원들이 금리인하를 주장했다”며 다음달 ECB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졌음을 암시했다. 다만 드라기 총재는 시장에서 기대하고 있는 3차 무제한장기대출(LTRO)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비록 시장을 놀라게 할 깜짝 뉴스는 없었으나 ECB는 앞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경제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날 ECB의 금리동결은 시장의 예상에 부합하는 것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ECB가 17일 예정된 그리스 2차 총선, 28일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 등 중요한 정치 이벤트의 결과를 살펴본 뒤 정책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스페인의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다 홀로 승승장구하던 독일의 실물경제마저 둔화되고 있어 전격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ECB는 올해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3월과 같이 -0.5~0.4% 수준으로 유지했다. 다만 내년 전망치는 종전의 0~2.2%에서 0~2%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ECB는 물가상승률에 대해서는 “올 연말까지 ECB의 정책목표인 2%를 웃돌 것”이라면서도 “내년에는 1.6% 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