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러시아 석유재벌 유코스 처리문제를 놓고 러시아에 우려를 표시한 것은 평가받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절친한 친구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을 자제했고 결국 유코스의 핵심 자회사인 유간스크네프테가스는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유령회사에 넘어갔다.
이는 러시아에서 사업할 기회를 노리는 기업인들에게 매우 유감스러운 소식이며 해외 투자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유코스와 감옥에 있는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전 사장에게 유간스크 경매라는 마지막 칼을 빼들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미국 법원이 유간스크 경매를 잠정 중지하라고 결정했지만 러시아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경매를 강행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미국 법원의 경매중지 결정은 아직도 효력을 갖고 있다.
경매를 위한 대출 목적으로 수십억달러를 함께 준비했던 서구의 은행들은 미국 법원의 결정에 따라 국영 에너지회사인 가즈프롬에 대한 자금대출을 중단했다.
유간스크 경매 당일 가즈프롬 대표단은 휴대전화를 받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고 통화가 끝난 후 가즈프롬은 경매를 돌연 포기했다. 결국 경매 참가자는 바이칼파이낸스그룹이라는 유령회사 한 곳만 남게 됐고 바이칼은 유간스크 인수에 성공했다.
바이칼은 러시아 전체 원유생산량의 11%를 차지하는 유간스크를 경매 시초가보다 불과 5억달러 높은 93억달러에 사들였다.
이후 국영 석유회사인 로즈네프트가 바이칼파이낸스그룹을 인수한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호도르코프스키가 구속된 후 푸틴의 최종 목표는 민영화된 러시아 석유산업을 다시 국유화하려는 것이라는 데 별다른 의문이 없었다.
지난 90년대 헐값에 민영화된 후 덩치를 급속하게 불린 유코스가 완전 결백한 희생자라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또 러시아 정부도 특정 산업에 대한 국유화정책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절차를 무시하고 민간기업을 해적질 하듯이 국유화하는 것은 러시아에서의 기업활동에 심각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만을 확인시켜주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