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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탐욕에 물든 자본주의… 새 패러다임 세워야

■ 왜 자본주의는 고쳐 쓸 수 없는가(김운회 지음, 알렙 펴냄)<br>무리한 재벌 해체 땐 외국기업에 먹히고 말아<br>신자유주의 등 서구 논리 저개발국 가난 심화시켜 한국형 발전모델 활용을

미국의 상위 소득 1%계층이 전체 부의 40%를 차지하는 등 양극화가 심화되자 2011년말 금융자본의 탐욕을 비판하고 부의 재분배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월가로 쏟아져 나왔다. /사진제공=알렙


"옵션가격 결정 모형을 개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숄즈 교수는 경제 위기를 초래한 금융자본주의의 과도한 발달에 천착하는 이론가였다"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을 당연시하며 끝 없는 탐욕의 길로 치닫고 있는 자본주의를 낱낱이 해부한 책이 나왔다. 경제학자이자 비제도권 사학자인 김운회 동양대교수가 '왜 자본주의는 고쳐 쓸 수 없는가'라는 화두를 독자들에게 제시했다. 이 물음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자본주의를 고쳐 쓰려는 노력은 헛되며,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세워야 한다'는 것, '그런 자본주의라도 계속 고쳐 쓰다 보면, 패러다임의 전환에 이를 것'이란 것이다.


김운회 교수는 책을 통해 세계사적인 체제(System) 위기를 맞아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그 해법을 모색하는 한편, 한국 사회의 극심한 좌우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자본주의'의 대안을 제시했다.

책은 "당면한 세계 경제의 위기는 과도할 정도로 발달한 경제ㆍ경영학이 문제를 올바로 풀어내기는커녕 금융공학이나 과도한 마케팅 이론에만 매몰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서구 중심의 편향된 시각에서 나온 이론들이 저개발 국가에게 아무런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심지어 '저개발의 개발'(가난을 확산시킨다는 내용으로 중남미 중심의 종속 이론의 기본 내용)이라는 진단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따라서 저자는 '누구를 위한 경제학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그는 "우파(자본주의) 경제학은 미국이나 서유럽에 편향된 시각에 바탕을 둔 이론들"이라며"이는'세계화'라는 체제 내로 흡수 및 편입되는 것을 뜻한다"고 설파한다.

저자는 한 발 더 나아가 "세계 체제의 문제를 해결하는 단일 패러다임을 가지는 자체가 환상"이라며 "이원론(二元論, dualism)적 또는 다원론(多元論, pluralism)적 패러다임을 지향해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저개발 국가는 신자유주의니 신현실주의니 하는 식의 논리 보다는 오히려 한국형 개발 모델을 각 지역별로 개량해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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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여기에 한 마디 덧붙인다.

"사람들이 영문도 모르고 '자본주의 4.0'이라고 떠들고 다닌다. 미국과 유럽에서 떠드니 한국의 언론들도 앞을 다투어 떠들어 댄다. 세계의 문제가 무엇인지 진지한 성찰이나 근본적인 문제의식도 없이 단지 현실적인 경제 현상에 대한 임시방편을 위해 대충 채택한 아이디어를 마치 거대한 이데올로기인 듯이 떠들어대면서도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이것이 소위 현대의 경제학이다."

하지만 더 재미있는 것은 재벌을 바라 보는 그의 시각이다. 김 교수는 "나는 세계인이기 이전에 한국인"이라며"우리가 경제민주화를 한답시고 재벌을 해체해 버리면 이들은 결국 외국의 재벌 기업들에 먹히고 말 것"이라고 말한다. 그에 덧붙인 비유는 더욱 씁쓸하다.

"재벌해체는 집안의 도둑을 잡으려고 외부의 더 큰 도둑을 끌어들이는 꼴이 된다. 이것이 세계 경제의 현실이다." 1만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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