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금융 임원진 구성 '파격적'…경영전략 주목
장승우씨 동원금융지주 회장 맡을듯
최근 증권업계에서 동원금융지주의 인사가 연일화제가 되고 있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동원금융지주는 장승우 고문의 회장 내정설에 이어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을 정광선 전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 원장, 이영혜 디자인하우스 대표와 함께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하는 등 경영진을 속속 구성하고 있다.
김 전 행장은 지난 1997년 6월부터 1998년 8월까지 동원증권 사장으로 재직한뒤 주택은행장과 국민은행장을 역임한 거물급 금융인으로, 다음달 20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선임이 확정되면 6년여만에 친정에 돌아오는 셈이다.
김 전 행장의 복귀 뿐 아니라 이영혜씨의 사외이사 선임도 눈길을 끈다. 이 씨는 현재 디자인.인테리어 전문지 '행복이 가득한 집'을 발행하는 출판사 디자인하우스 대표로 디자인계의 거물이다.
이에 앞서 지난 3월31일 동원금융지주의 자회사 한투증권은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이영석 '총각네 야채가게' 사장과 정인태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동원지주측은 이같은 인사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 동원지주 관계자는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분들을 이사로 모셔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 기업 및 브랜드 이미지 등의 전략적 조언을 구하기 위한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가 일각에서는 금융부문의 '문외한'들을 대거 영입, 김남구 현 동원금융지주 사장 겸 한투증권 부회장의 영향력을 키워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나오고 있다. 금융은 금융을 아는 사람이 감시도, 경영도 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해당사는 신선한 실험이라고 주장할 수 있으나 사외이사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경영감시인데, 금융을 전혀 모르는 요식업, 디자인업계 분들이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느나"고 반문했다.
김 전 행장의 사외이사로서의 견제 역할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 1997~1998년 김 전 행장이 동원증권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도 현 김남구사장이 상무로 재직하며 실질적 인사권을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증권업계는 또 장승우 현 동원지주 고문의 동원지주 회장 내정설도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그가 예일대에서 경영을 전공하고 옛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장, 통계청장을 역임한 경제통이지만 금융실무 경험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비해 김남구 사장은 지난 6일 새로 만들어진 한투증권 부회장직까지 맡는등 발빠르게 지주 산하 조직에 대한 장악력을 키워가고 있다.
김 사장의 실질적 지휘아래 오는 6월 출범하는 동원-한투증권의 합병사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증권업계의 전망도 다소 엇갈리고 있다.
일단 동원지주측은 기업금융(IB) 분야에서 업계 정상권인 동원증권과 자산관리(AM) 부문에서 업계 수위인 한투증권의 합병으로 최대의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을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원지주 관계자는 "통합증권사의 단기적 경영전략은 지금 수립 중이며 중기적목표로 시가총액 20조원, 자기자본이익률 20%를 달성하는 '20-20' 비전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담당 애널리스트들도 대체로 장기적 관점에서 이들의 합병이 현명한 결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향후 금융업이 자산관리 중심으로 재편될 것을 고려한다면 5천억원 정도로 한투증권을 인수한 것은 결코 비싸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 이같은 평가가 시장에서도 반영돼 동원금융지주 주가는 올들어 크게 오른 상태다.
다만, 조직 갈등으로 화학적 결합이 늦춰질 경우 단기적으로 뚜렷한 시너지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 등을 거치지 않는다면 합병의 효과를 거두기어렵다"면서 "구조조정이 시행되면 두 증권사의 조직적 융합이 문제가 될 수 있는만큼 통합후에도 상당기간 영업상 큰 파괴력을 발휘하기 쉽지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투증권 노조는 동원증권과의 합병을 앞두고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고용안정등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을 단행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기자
입력시간 : 2005-04-29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