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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 통합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재창당의 각오'로 당 쇄신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당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당권파 측은 강기갑 비대위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며 법적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단 당권파와 비당권파 모두 분당은 실익이 없다는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어 당분간 '한 지붕 두 가족'의 어정쩡한 동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폭력사태로 무기한 정회됐던 진보당 중앙위원회는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진행된 전자투표를 통해 ▦강기갑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경쟁형 비례대표 총사퇴안 등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심상정ㆍ유시민ㆍ조준호 공동대표는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이 거듭날 수 있도록 중앙위의 결의를 성실히 이행하며 국민 여러분께 당이 전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한 추가적인 쇄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기갑호(號)의 순항 여부는 불투명하다. 우선 핵심 쇄신책인 비례대표 총사퇴안을 두고 핵심 인물로 거론되는 이석기ㆍ김재연 당선자들의 버티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들이 중앙위의 총사퇴안을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할 수단은 없다.
여기에 당권파 측이 전자투표를 활용한 중앙위 인준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강기갑 비대위 체제 자체에 대해 거부 의사를 보이고 있고 이를 위해 법적 공방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당권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중앙위 전자표결은 정치적ㆍ법적 결함이 있다"며 "전자투표 자체를 인정할 수 없고 가처분신청 등 법정 해결에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앙위의 전자표결이 당권파의 거듭된 방해로 불가피하게 이뤄진 측면이 많아 법적 공방에서 당권파 측이 이길 가능성이 높지 않고 실익도 없다는 점에서 당권파의 소송 제기는 19대 국회 개원 때까지의 '시간벌기' 차원일 공산이 크다. 소송을 벌이는 사이 국회가 개원되면 자연스럽게 당권파 비례대표 당선자들이 원내에 진입하게 돼 이들로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의 분당은 비례대표 6석 모두가 진보당에 남는 세력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당권파와 비당권파 모두 '선탈당은 없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어정쩡한 동거가 불가피한 이유다. 이 때문에 당권파는 자기 세력으로 분류되는 김선동 의원을 원내대표로 만들어 강기갑호에 맞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