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항공기 안전감독관이 국제 권고기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예산문제 등으로 안전인력을 증원하지 않고 있어 대형 여객기는 물론이고 헬리콥터와 경비행기 등도 사고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해양 안전관리에 대한 개선방안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또 다른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항공 안전관리에 대한 논의는 별다른 진척이 없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에 등록된 국내ㆍ국제항공운송사업용 항공기는 283대이다. 이 항공기들의 정비상태와 운항관리, 위험물 점검 등을 총괄하는 안전감독관은 17명에 불과하다. 안전감독관 1명이 항공기 16대의 안전을 총괄하는 상황이다. 이는 항공 관련 안전과 국제표준을 담당하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권고하는 기준의 58%에 불과하다. ICAO는 등록 항공기 10대당 안전감독관 1명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외국의 항공안전감독관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의 항공안전 인력이 취약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캐나다는 항공 안전감독관 1명이 항공기 1.7대를 관리한다. 프랑스는 항공 안전감독관 1명이 2대, 싱가포르는 1명이 5.5대, 홍콩은 1명이 7.8대의 항공기를 관리해 국제권고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항공 안전감독관은 인천ㆍ김포국제공항과 항공안전본부에 근무하면서 일일점검, 수시점검 등을 통해 항공기의 안전상태를 꼼꼼하게 챙기는 업무를 수행한다. 각 항공사별 정비사들이 1차적으로 점검한 항공기들에 대해 재점검하고 항공기의 개선점을 지시하는 것이 주요 업무이다. 또 조종사 관리, 승객 안전조치관리 등의 업무도 수행한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항공기 점검 등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사고 예방이 허술해졌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헬리콥터와 경비행기를 전문으로 하는 항공 안전감독관은 한 명도 없다. 지난해 한 대기업 소속 헬리콥터가 삼성동 아파트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헬리콥터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안전예방 대책이 미진하다는 평가이다. 경비행기 역시 현재 국내에 196대가 등록돼 있지만 안전감독관이 없어 사고 예방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항공기 사고는 인명 피해가 크기 때문에 사후 점검은 큰 의미가 없고 사전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며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항공 안전감독관의 수가 크게 적어 여객기에 대한 안전예방이 우려되며 특히 헬리콥터와 경비행기는 한 명의 안전감독관도 없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정부의 대응은 지지부진하다. 국토교통부ㆍ기획재정부ㆍ안전행정부 등이 관련 사안을 논의 중이지만 예산 문제로 제자리 걸음만 반복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규 항공 안전감독관을 충원하기 위해 자금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며 "올 초 항공기 안전감독관 증원에 대한 부분을 안전행정부 등에 요청했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sed.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