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한 공식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된 22일 0시, 박원순,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유세 첫 장소로 지하철을 찾았다. 각각 하루 평균 시민 153만명이 이용하는 지하철 2호선의 상왕십리역과 시청역을 방문했다. 이전에는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시민과의 소통 창구로 때때로 지하철을 이용했다면 이제 지하철에는 새로운 메시지가 추가됐다. ‘시민 안전’이다.
박원순 새정치연합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 방문지로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관제센터를 찾았다. 이 역은 지난 2일 열차간 추돌 사고로 24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던 곳. 역 관제센터에서 김준영 부역장으로부터 역내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32개의 CCTV 화면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폈다. 역내 소화기 마지막 점검일을 살피는가 하면 화재를 대비해 비치한 방독면 마스크 개수 또한 챙겼다. 그는 “비상상황에 눈에 보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평소에 승객이 늘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당부했다. 박 후보는 첫 장소로 상왕십리역을 찾은 데 대해 “지하철 사고의 충격이 시민들에게도, 저에게도 남아있어서 ‘안전’을 약속하는 의미”라고 밝혔다. 곧 가락시장 방문을 위해 성수행 열차에 오른 그는 갑작스러운 등장에 시민들이 놀라자 “저도 한때 대중교통 이용하는 BMW족(Bus·Metro·Walking)이었다”고 소개하며 표면적 넓게 서기 등 지하철에서 앉을 수 있는 비법 세 가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대학생 이모씨는 “좋은 차 타고 다닐 것 같은 시장님이랑 지하철 타고 함께 이야기하면서 가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며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좋았다”고 했다.
이날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도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0시에 지하철 2호선 시청역 개찰구(왕십리 방면)에서 교통카드를 찍었다. 동대문역사공원역으로 이동하며 시민들에게 “늦게 들어가시네요”, “별 일 없으시죠”라고 살갑게 인사를 건넸다. 시민들과 지하철부터 함께 하며 동대문 시장 방문을 마친 뒤인 오전 1시 30분, 그는 지하철 6호선 청구역에서 분홍색 고무장갑을 끼고 물호스를 잡았다. 165m에 이르는 철로와 그 바닥의 먼지를 청소했다. 지속적으로 박원순 후보에게 지하철 대기질 공동 조사를 제안했을 정도로 관심사로 삼은 ‘대기질 안전’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최근 지하철 안전사고도 있었지만, 지하철 공기가 정말 깨끗하느냐에 대해서는 상당히 소홀했다”며 “지하철 공기질은 서울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첫 번째 숙제”라고 강조했다.
지난 2일 일어난 2호선 추돌 사고 이후에도 지하철 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각 후보는 앞다투어 지하철을 통해 ‘시민안전’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남은 선거기간 동안 후보들의 지하철 사수 행보는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