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가정의 달 되돌아보는 예와 공동체

윤한기 한국서가협회 초대작가


발언대-윤한기


허리가 구부러지고 지팡이에 의지하는 것을 형상화해 노(老)자가 만들어졌다. 칼비(匕)자가 들어 있는 것은 아마 노인이 엎어지면 골다공증으로 인해 부서지는 뼛조각이 칼처럼 오장과 살갗을 다치게 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공자님은 예(禮)가 아니거든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행동하지도 말라고 하셨다. 예는 볼시(示)자가 부수로 하늘·땅·해·달·별을 의미한다. 풍(豊)자도 황제가 곡물을 그릇에 담아 하늘에 제(祭)를 올리는 모양새다. '예'에 질서·준비·차례·기다림이라는 뜻이 담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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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들은 하늘을 따르는 순리(順理)에 맞춰 인격과 지혜, 재능과 정성을 갖춰야 비로소 사람다운 사람이라고 간주했다. 어린 시절에 본 노인들은 새색시 앞에서 장죽을 뒤로 감추는 '예'를 보였다. 당신들보다 어린 이들에게 '예'로써 존중의 모습을 보여주신 것이다.

그렇지만 요즘은 5월 가정의 달에 있는 어린이날·어버이날, 스승의 날에야 비로소 '예'를 되새겨보는 지경에 처했다. 혼탁한 세상에 지도층 중에서 국무총리나 장관을 제대로 찾기가 힘들 정도로 돈과 허황된 명예만 좇는 경우가 많다. 일부 재벌 총수가에서 야구 방망이로 사람을 때리거나 비행기 회항사건을 일으키는 등 '갑질'도 만연해 있다.

필자는 1997년 말 IMF 외환위기 전부터 부도난 중소기업인들의 모임인 한국팔기회에서 8년여 사무국장으로서 재기를 돕고 가정파탄과 자살 충동으로 방황하는 마음을 돌리는 데 힘쓴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그나마 사회가 '예'로써 지탱하려고 노력했다. 당시 국가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운 원동력이 된 '금 모으기 운동'도 우리 국민들의 예가 없었다면 성공할 수 없었다.

서예를 취미로 하면서 흑백이 상생한다는 것을 거듭 느낀다. 흰 종이는 검은 먹물을 받아들여 생명을 낳고 검은 것은 하얀 것에 흔적을 남겨 예술로 승화되기 때문이다. 우리도 심각한 사회·경제적 갈등 문제로 부상한 빈부 격차를 줄이는 데 '예'로써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특히 부자나 지도층이 '예'로써 공동체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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