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다 국제화다 구호는 열심히 외치면서도 정작 변해야 할 우리의 자세는 변하질 않고 있다. 아시아 경제가 동반 침체되어 가는 이때 우리가 살아나갈 길은 과감한 시장개방 뿐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감정은 거꾸로다. 아직도 쇄국적인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잘 정착하기로 유명한 화교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는 나라가 지구상에 3곳이 있다. 바로 한국과 일본, 이스라엘이다. 우리가 얼마나 배타적인 성향이냐를 잘 보여주는 증거다. 외국사람이 우리땅에 들어와서 장사 잘 하는 것을 못 봐주는 것이 우리네 정서인 것이다.
최근 국내유통시장에 진입한 월마트에 대한 일부 언론이나 기업들의 태도도 다분히 배타적이다. 월마트가 우리 유통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느니, 납품가격을 너무 낮춰 국내 제조업체들을 고사(枯死)시키고 있다느니 하는 부정적인 시각이다. 사실 객관적으로 볼때 세계적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한국의 유통시장을 교란시키러 진출했을리는 없다. 제조업체들을 망하게 할려고 한국에 투자했을리도 없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옳바른 시각이다. 한국시장이 투자가치가 있고 영업해 볼만한 틈이 보이기 때문에 진입한 것이다.
유통시장이 교란된다든지 납품단가가 너무 낮아 채산이 안 맞는다는 푸념은 그동안 우리의 유통과 제조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의 발로일 뿐이다. 미국시장에서 성공한 월마트가 그 성공방식을 우리시장에 적용하는 것을 너무 국수주의적인 시각으로만 본 결과다.
우리는 아직도 외국기업이 국내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마치 국내시장이 외국기업에 의해 유린당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이런 성향 때문에 어느 외국기업이 국내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는 듯 싶으면 그 기업에게 경제적 침략이나 당한 듯이 이를 몰아내려는 캠페인을 벌리기 일쑤다. 이미 우리에게 친숙해진 맥도널드 햄버거나 피자 헛이 처음 들어왔을때 언론의 반응은 대단히 거부적이었다. 우리 어린이들이 김치 맛을 잊는다느니, 이들의 제품이 아이들 비만의 주 원인이 된다는 등의 우려도 제기됐다.
앞으로 다가올 21세기 지구촌 시대다. 하루라도 김치 맛을 못잊어 김치와 고추장을 싸들고 다니면서 비행기안이나 외국호텔이든 가리지 않고 꺼내 먹으면서 냄새를 풍기는 기성세대보다는, 햄버거나 피자로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신세대가 필요한 시대다. 역설적이지만 맥도널드와 피자 헛이 이 점에 기여하고 있다는 측면도 있다.
이제는 우리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쇄국의식을 깨끗이 몰아 내야 할 때가 됐다. 내국인 외국인 구별없이 마음 놓고 사업을 펼칠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외국 기업들이 본사를 우리나라로 옮기고 싶어할 정도로 이들의 시장진입을 환영해야 한다. 지금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코냑이나 듀퐁 같은 회사들도 본래는 프랑스와 독일에서 출발한 기업들이다. 미국에서 장사가 잘 되고 기업하기가 편하기 때문에 본사를 옮긴 것이다.
우리에게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바로 옆에 있기 때문이다. 이성적으로는 변해야 할 줄 알면서도 국민정서 때문에 변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스스로를 채찍질 하기 위해서라도 외국기업들의 국내진출을 적극 권장해야 한다. 자유경쟁시장체제 하에서 살아 남은 세계적 선도기업들을 우리 시장에 불러 들여 그들에게 배움으로써 우리 체질을 변화시켜야 한다.
아시아 금융위기를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시각은 일본보다는 한국의 장래가 더 희망적이라고 한다. 두 나라 다 폐쇄적인 면에서는 마찬가지지만 지금은 한국이 일본보다 개방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세계속의 한국 이미지를 개방적인 나라로 바꿔보자. 이것만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며 경제적으로 일본을 앞설 수 있는 길이다.